[서귀포=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김남일 성남FC 감독(45)은 매일같이 노력 중이다. 프로 사령탑 3년차를 맞아 한층 성숙한 지도력을 선보이기 위해, 선수 시절부터 팬들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제주 서귀포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김 감독은 "나에 대해 거리감 있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 가끔은 나도 내 자신이 싫다. 한번씩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면 나도 놀란다. '화났어? 기분 나빠? 무슨 일 있어?'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관련된 이미지는 '진공청소기' '빠따(방망이)' '카리스마' '포커페이스' '명보야, 밥 먹자' 등이다.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김 감독은 "내가 선수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고, 그걸 누가 캡쳐해서 나에게 보내준 적이 있다. 사진을 보는데, 깜짝 놀랐다. 40여년에 걸쳐 만들어진 걸 갑자기 바꾸는 게 쉽지 않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샌 거울을 보면서 웃는 표정을 지어보이곤 한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굳이 비유하자면 '겉바속촉' 스타일이다. 뜯어보면, 한없이 부드럽고, 자신을 낮출 줄 안다. 지난해 여름 국가대표팀 수비수 권경원을 영입할 때 '형 한 번만 도와달라'고 사정한 사연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다른 구단의 러브콜을 받던 마상훈과 재계약하기 위해 마상훈의 결혼식까지 찾아갔다.
김 감독은 "결혼식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상훈이 부모님께 찾아갔다. 인사드리고 '상훈이 잘 부탁드린다. (다른 팀으로)도망가려고 하는데, 성남에 남게 해달라' 부탁을 드렸다. 나는 해야할 때는 한다. 그때는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뛴 FA 권완규를 영입할 때에도 전화통화로 마음을 움직이는 강렬한 한마디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혹자는 이를 두고 '김남일 페로몬'이라고 표현한다. 김 감독은 "페로몬? 나한테 큰 매력은 없다. 나도 내 매력이 궁금하다. 그냥 뭐 하나 보태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한다. 고민하고 그런 걸 싫어한다"고 했다. '김남일 페로몬'의 실체는 진솔함이다.
'감독 김남일의 페로몬'은 2020년 성남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 정경호 수석코치를 만났을 때 처음으로 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 감독은 "지도자가 된 후 정 코치와 처음 만났을 때, 축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내 생각과 너무 비슷했다. 지금도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이 친구가 말해줄 때 소름돋곤 한다. 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과 정 코치의 공통된 축구 철학은 '역동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스쿼드와 현실에 맞는 축구를 하는 것, 그리고 강압적이지 않는 분위기에서 선수들 스스로 운동하게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김 감독은 "한계점이 왔을 때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싶다. 3년차가 되니 선수들이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적응을 했는지, 스스로 하려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며 흡족해했다.
성남은 김 감독 부임 1, 2년차에 모두 10위를 하며 아슬아슬하게 1부 잔류했다. 김 감독은 "2년을 지내오면서 지도자로서 경험이 많이 쌓였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재작년보단 작년에 더 유연하게 대처했던 것 같다"며 "잔류싸움은 그만하고 싶다. 지난 2년간 따로 목표를 설정하진 않았지만, 올해는 6강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서귀포=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