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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리빙 레전드', 우리는 '김연경의 시대'에 살고 있다[SC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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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34)이 월드넘버원 여자 배구 스타임을 또 한번 입증했다.

국제배구연맹(FIVB)과 제휴해 전 세계 배구 소식을 전하는 '발리볼 월드'는 16일(한국시각) 2021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와 도쿄올림픽에서 활약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남녀 베스트12을 뽑았고, 김연경을 여자 부문 1위로 선정했다.

쟁쟁한 스타들을 모두 제쳤다. 여자 배구 세계 최강팀으로 꼽히는 미국의 리베로 저스틴 웡-오란테스를 비롯해 파올라 에고누(이탈리아), 티야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 캐롤 가타스(브라질), 조던 라슨(미국), 가비(브라질), 아리나 페도로프체바(러시아), 조딘 폴터(미국), 마크리스(브라질), 에다 에르뎀(터키), 이사벨 하크(스웨덴)가 김연경의 뒤를 따랐다.

2021년은 김연경 배구 인생에 있어 격동의 시기였다. 11년 만에 복귀한 V리그 소속팀 흥국생명이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 사태로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가운데 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공격종합 1위(45.92%), 오픈 1위(44.48%), 시간차 2위(55.56%), 서브 1위(세트당 평균 0.277개) 등 여자부를 폭격하면서 팀을 준우승까지 올려놓았다. 시즌을 마치기 무섭게 대표팀에 합류한 김연경은 코로나19로 사실상 외부와 격리된 채 발리볼 네이션스리그를 소화했고, 도쿄올림픽에도 나섰다. 여자 배구 선수로 황혼에 접어든 나이에 올림픽 활약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였지만, 김연경은 역대 올림픽 배구 사상 첫 4번의 30득점을 올리는 등 공격 2위의 성적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연경의 투혼 속에 한국은 조별리그를 극적으로 통과한데 이어, 8강에서 '우승 후보' 터키를 풀세트 접전 끝에 꺾는 기적을 연출하며 4강에 올라 전 국민을 감동시켰다. 올림픽 뒤 4년 만에 다시 진출한 중국 무대에선 갑자기 바뀐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에도 제 몫을 다해 팀을 3위로 이끌기도 했다.

코트 바깥에서도 김연경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코로나19로 가까워질 수 없었던 팬들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발리볼 월드는 '김연경은 지난해 SNS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여자 배구 선수'라며 '유튜브 구독자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각각 100만명 이상을 찍었다'고 소개했다.

세계 최고의 사령탑들도 김연경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여자 배구 최고의 사령탑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터키대표팀의 지오반니 귀데티 감독(이탈리아)은 "김연경은 러시아 선수의 몸과 미국 선수의 힘, 일본 선수의 기술과 브라질 선수의 민첩성을 모두 갖춘 선수"라는 찬사를 보냈다.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한국을 떠나 폴란드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탈리아) 역시 "김연경은 한국 최고의 스타이자 리더였다. 뛰어난 실력 뿐만 아니라 훌륭한 리더십을 겸비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1년 반에 가까운 공백이 있었다. 한국 라인업을 재건하는데 있어 김연경이 큰 힘이 됐다"며 "팀원들은 김연경을 신뢰했고, 김연경도 동료들이 해낼 거라 믿었다. 김연경의 리더십 아래 한국은 모든 구성원이 성공의 보탬이 됐다"고 덧붙였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평가 속에 김연경은 데뷔 후 줄곧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젠 한국, 아시아를 넘어 세계 여자 배구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선수가 됐다. 우리는 지금 '김연경 시대'를 살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