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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중요한 게 있다' 큰 그림 그리는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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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사실 이기기도 쉽지 않고…"

프로팀 감독의 제1 목표는 누가 뭐래도 승리다. 승리를 위해 모든 작전을 구상하고, 선수단을 이끌어가며 컨디션을 조절한다. 눈 앞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도 있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눈 앞의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당장 이기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팀을 만들어 더 큰 승리를 쟁취하는 것. 여자 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도 지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여자 프로농구를 지배하던 최강팀이었다. 2010년대 초중반에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성기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박지수를 앞세운 KB스타즈가 새롭게 최강의 자리에 오르며 우리은행의 화려한 전성기는 일단 막을 내렸다.

2021~2022시즌에도 우리은행은 예전의 막강함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KB스타즈 뿐만 아니라 인천 신한은행에도 밀려 3위를 기록 중이다. 매우 낯선 순위. 하지만 위성우 감독은 이런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KB스타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워낙 부상 선수들도 많고 해서 당장 이기는 데 초점을 맞출 수는 없다. (KB스타즈가) 이기고 싶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니고"라며 이날 경기의 목적이 승리에 있지는 않다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위 감독은 이 경기를 통해 뭘 얻으려 했을까. 그는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그 동안 안됐던 것들을 점검해야 한다. 트랜지션도 매우 무거웠다. 아파서 못 나오는 선수도 많아서 여러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며 KB스타즈와의 경기를 팀 재정비를 위한 '실전훈련'처럼 쓸 계획임을 밝혔다.

여기에 더 한가지. 위 감독이 최근 수년간 공을 들이고 있는 '차세대 에이스' 박지현을 위한 성장의 기회를 마련하는 게 목적이었다. 박지현은 아직도 위 감독이 원하는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압도적인 신체조건과 힘, 스피드를 다 갖췄지만, 아직도 농구 센스가 미완성이다.

그래도 이날 경기에서 박지현은 33득점으로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비록 팀이 78대79로 졌지만, 위 감독이 "박지현이 자신감을 찾았다는 소득이 있었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 감독은 "박지현은 더 성장해야 한다. 아직도 농구를 알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계속 살아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의 위기를 미래를 위한 성장의 시간으로 삼겠다는 게 위 감독의 의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완의 대기' 박지현을 더 강하게 키우겠다는 계획이 심어져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