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3년 18억원. 사실상 종신 롯데맨이 확정됐다. 정 훈(35)은 결국 롯데 자이언츠에 남았다.
롯데 구단은 5일 정 훈과 계약기간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5억, 연봉 11.5억, 옵션 1.5억)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정 훈으로선 2006년 프로 데뷔 이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FA다. 최근 2년간 성적만 보면 타율 2할9푼4리에 25홈런 13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4,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한층 원숙해진 기량을 뽐냈다. OPS만 보면 전준우(0.852)-손아섭(0.848) 다음이다.
올겨울은 100억+@ FA만 5명이나 탄생한 역대 최고의 활황이었다. 문에 3년 18억원이란 금액이 선수로선 조금 아쉬울 만도 하다. 실제로 협상 초기에는 적지 않은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정 훈은 부산 갈매기로 남기로 했다.
롯데도 12년간 한 유니폼만 입은 '사실상 원클럽맨'에게 예우를 지켰다. 정 훈의 작년 연봉은 1억원. 하지만 롯데는 2년 혹은 2+1년이 아닌 3년 계약으로 매년 5억 5000만원씩을 보장했다. 옵션이 3년 통틀어 1억 5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최근의 활약을 감안하면 무리한 조건은 아니라는 후문.
준수한 성적 못지 않게 선수단내 정 훈의 역할에 주목한 결과다. 래리 서튼 감독이 강조하는 '베테랑 리더십'의 한 축이다. 팀내 신망이 두터운 클럽하우스 리더로서의 존재감이 크다. 롯데로선 이대호 버금가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손아섭의 이적 공백을 최소화하고, 팀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게 됐다. 특유의 성실성을 인정받아 에이징커브도 완만할 거란 기대감이 있다.
이적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FA 시장 초반 정 훈 측은 NC 다이노스 및 수도권 1팀과 긴밀한 협상을 나눴다. 하지만 NC는 박건우에 이어 손아섭까지 영입하면서 FA 한도 2명을 다 채웠고, 수도권 팀도 구체적인 금액 제안까진 가지 않았다.
다만 롯데와의 논의가 무르익던 마지막 순간, 새로운 수도권 팀이 정 훈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왔다. 정 훈 본인도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했다는 후문.
하지만 사직 야구팬들로 가득했던 정 훈의 마음은 결국 부산을 떠나지 못했다. 롯데 팬들은 FA 시장 초기만 해도 '오랫동안 고생했으니 떠나서 좋은 대우 받으라'는 여론을 형성했다. 하지만 정 훈이 거듭 "12년간 뛴 부산에 남고 싶다"며 롯데를 향한 애정을 표하고, 손아섭이 떠남에 따라 흐름이 바뀌었다. "부디 남아달라"는 분위기가 뜨겁게 타올랐고, 롯데도 정 훈도 팬들의 바람을 외면할 수 없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