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준호가 자신만의 정조 이산을 완성하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MBC 금토극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이 지난 1일 여운 가득한 엔딩을 선사하며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이준호는 실존 인물인 정조 이산 역을 맡아 비극적인 과거를 딛고 성군이 되는 왕의 서사와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애틋한 로맨스를 깊이 있는 연기로 그려내며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날 방송에서 이산은 오랫동안 연모해온 덕임(이세영)과 마음을 확인, 행복한 나날을 보냈고 덕임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얻으며 그토록 꿈꿔온 가족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역병으로 자식 문효세자를 잃게 된 것.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에도 불구, 아버지이자 한 나라의 임금인 산은 슬픔을 감춘 채 역병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국정에 나서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이내 아무도 없는 텅 빈 동궁전에서 아들을 떠올리며 홀로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고통이 찾아왔다. 연이은 슬픔에 병을 얻은 덕임이 임신 중 세상을 떠나게 된 것. 덕임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산은 "다음 생에는 모르는 척해달라"는 마지막 말에 눈물을 흘리며 "내가 잘못했다"라고 울부짖었다. 평생 사랑한 여인을 떠나보낸 슬픔과 그를 지켜내지 못한 회한, 상처 입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산의 오열은 홀로 남겨진 산의 고독함을 극대화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시간이 흘러, 산은 백성을 위하는 성군이 되어 평생의 목표였던 태평성대를 열었다. 오랜 세월동안 덕임의 기억을 묻어뒀지만, 기일이 다가오며 덕임과의 기억이 밀려들었다. 남아있는 유품으로 추억을 떠올리던 산은 덕임의 나인복을 품에 안고 "이리도 작은 사람이었던가"라고 독백하며 눈물에 젖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산 역시 눈을 감았다. 산은 꿈 속에서 덕임과 재회해 "두 번 다시 이 손은 놓지 않는다. 제발 나를 사랑해라"라고 애틋한 진심을 고백했고 덕임은 산에게 입을 맞추며 답을 대신했다. 두 사람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모습으로 서로를 꼭 껴안으며 영원히 함께할 것을 암시했다.
전역 후 복귀작으로 '옷소매'을 선보인 이준호는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히 담긴 새로운 정조 이산을 탄생시키며 새로운 인생작,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그는 장점으로 꼽히는 안정적인 발성과 깊이 있는 연기력에 더해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과 다채로운 감정 변주를 인물에 담아내며 더없이 풍부하고 입체적인 제왕의 서사를 완성했다.
또한 이준호는 생애에 걸친 한 인물의 변화와 절절한 로맨스를 높은 몰입도로 그려내며 방영 내내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그는 까칠한 왕세손 이산이 열정 넘치는 젊은 왕이 되고 성군이라 불리는 제왕이 되기까지, 수십 년에 걸친 이산의 변화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하며 드라마틱한 서사를 입체적으로 펼쳐냈다. 특히 슬픔과 애틋함, 처연함마저 느껴지는 이준호의 눈물 연기는 인간 이산의 고통과 고독함을 그대로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관통했다.
풋풋한 첫사랑에서 뜨거운 열망이자 애틋한 연심으로 번져가는 이산의 로맨스 역시 풍부한 표현력에 더해 여심을 저격하는 이준호의 특별한 매력이 더해져 완성될 수 있었다. 카리스마와 반듯함, 섹시미까지 담아낸 이준호의 이산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사극 남주의 탄생을 알리며 연말을 '이준호 신드롬' '이산 신드롬'으로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이준호는 '옷소매'을 통해 이준호였기에 가능한 새로운 이산, 새로운 궁중 서사를 완성하며 또 한 번 대체 불가한 배우임을 증명했다. 매 작품 매력적인 캐릭터 해석과 놀라운 장르 소화력으로 뻔하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이준호는 이제 정조 이산을 대표하는 또다른 얼굴이 됐다. 한계를 뛰어넘는 연기를 선보이며 계속되는 신드롬으로 화제성을 증명, 대세 배우이자 올라운더로 우뚝 선 이준호의 2022년 행보에 기대가 쏠린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