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 만에 재개된 벨로드롬 최고의 축제 '그랑프리'의 주인공은 결국 임채빈이었다.
임채빈은 지난 26일 광명 스피돔에서 치러진 2021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그랑프리 결승경주에서 전매특허인 한 바퀴 선행으로 나서며 끝까지, 그것도 여유 있게 버티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금요 예선에서는 한파의 날씨 속에서도 200미터 랩타임 10초53을 기록하며 주위를 아연실색하게 만든 임채빈은 토요일도 무력시위를 거듭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별들의 제전이라 불리는 그랑프리지만 마지막 날까지 그 흔한 고비 한번 없이 너무 쉽게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다.
올 시즌 임채빈의 활약상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지경이다. '될 성 부른 떡잎'으로 훈련원 최초 조기졸업과 지난해 최단시간 특선급 승급 등으로 경륜의 새 역사를 창조한 임채빈은 최고의 무대인 특선급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이른바 '도장깨기' 신드롬을 일으키며 경륜계 간판인 SS반 5명을 차례대로 꺽은 것이 최고의 백미, 팬들은 이 괴물 신인의 활약에 열광했고 마침내 경륜 황제인 정종진까지 대상무대로 끌어들여 연파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대관식의 마지막 한발은 결국 그랑프리였으며 과녁은 정확히 적중했고 이변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불세출의 사이클 선수로 평가받는 임채빈은 대한민국 선수론 사상 최초로 단거리 세계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으며 지금도 깨지지 않은 신기록 '2015 독주경기'를 비롯해 올 해 자신의 기존 200m 한국 신기록을 또 다시 갈아치우는 등 뛰어난 기량으로 트랙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화재가 되기도 했다.
임채빈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전성기란 표현이 부족하게 오히려 더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쯤 되면 괴물이란 표현도 부족하다며 슈퍼히어로의 끝판왕 타노스를 연상케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타고난 건각에도 불구 임채빈의 자기 관리는 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훈련의 양이나 질이 월등함은 물론 그랑프리가 열리기 직전까지 고향인 대구를 떠나 3주 동안 광명에서 합숙할 만큼 치밀하고 집요할 정도로 그랑프리에 대한 준비도 남달랐다.
원년 경륜전문가로 활동 중인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역대 수많은 은륜스타들이 있었지만 단순히 경기력 측면에서 임채빈과 비견할만한 선수는 없었다"면서 "독주는 당연하고 과연 얼마만큼 앞으로 경륜의 각종 기록들을 갈아치울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한편 임채빈은 그랑프리 우승을 끝으로 누적된 상금과 다승 부분의 타이틀을 모조리 쓸어 담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