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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순간 강했던 '난놈' 신태용, 인도네시아를 결승으로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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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신태용 매직'이 스즈키컵을 흔들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25일 싱가포르 칼랑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와의 2020 아시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 4대2로 이겼다. 1차전에서 1대1로 비긴 인도네시아는 1, 2차전 합계 5대3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2016년 대회 이후 5년 만에 결승에 오른 인도네시아는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인도네시아는 준우승만 5번을 경험했다.

치열한 승부였다. 무려 3명이나 퇴장이 나온 대혈전이었다. 선제골은 인도네시아의 몫이었다. 전반 11분 에즈라 왈리안이 포문을 열었다. 싱가포르는 전반 추가시간 사푸완 바하루딘이 항의 끝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했지만, 전반 44분 한국 출신 귀화 선수 송의영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싱가포르는 후반 22분 핵심 수비수 아르판 판디마저 퇴장당하며 9명이 싸웠지만 오히려 후반 29분 술라이만이 역전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하지만 수적 우위를 앞세운 인도네시아도 가만 있지 않았다. 맹공을 퍼붓던 인도네시아는 후반 42분 프라타마 아르한이 동점골을 폭발시켰다. 인도네시아는 2분 뒤 아르한이 싱가포르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내주며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았지만 나데오 골키퍼의 환상 선방으로 고비를 넘겼다. 기세가 오른 인도네시아는 연장 전반 1분 싱가포르 샤왈 아누아르의 자책골로 리드를 잡은데 이어 연장 전반 종료 직전 에기 마울라나의 쐐기골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총공세에 나선 싱가포르는 연장 후반 14분 골키퍼 하산 수니마저 퇴장당하며 8명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날 승리로 신 감독은 결승 진출이라는 1차 미션을 달성했다.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매직에 열광하고 있다. 지난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했던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에서 확 달라진 모습으로 결승행까지 성공했다. 2019년 12월 인도네시아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A대표팀은 물론 U-20 대표팀 감독까지 맡으며 인도네시아 축구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23년 U-20 월드컵을 유치한 인도네시아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비롯해 U-20 월드컵, 올림픽, 아시아챔피언스리그까지 경험한 신 감독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신 감독은 코로나에 확진되는 등 주춤했다.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며 '무용론'까지 나왔다.

하지만 신 감독에게는 청사진이 있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터키 전지훈련을 통해 뚜렷한 성장세를 이끌었다. 체력 향상에 주력한 신 감독은 강력한 압박을 바탕으로 스즈키컵에 임했다. 이를 위해 어린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수비는 다소 불안했지만,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서 뛰는 아스나위 등의 빠른 속도를 앞세운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으로 결승까지 올랐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에서 18골을 폭발시키며 최다골을 기록 중이다. 신 감독 특유의 기민한 전술 대응도 빛났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 내내 4-3-3을 기반으로 매경기 다양한 전술 변화를 택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싱가포르와의 준결승 2차전에서도 어린 선수들의 경기 운영 능력이 다소 아쉬웠지만, 신 감독은 고비마다 과감한 전술 변화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인도네시아 언론은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스스로를 '난 놈'이라 하는 신 감독은 늘 최악의 순간, 드라마를 썼다. 2010년 약체로 분류되던 성남 일화(현 성남FC)를 이끌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에는 골짜기 세대로 불렸던 U-23 대표팀을 이끌고 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러시아월드컵에서는 2패의 위기를 딛고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독일을 잡는 기적을 연출했다. 경기 후 광란의 파티를 즐겼던 신 감독은 이내 평점심을 되찾고 "선수들의 운영은 아쉬웠지만, 결승까지 오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찾았다. 결승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신태용 매직은 과연 인도네시아에 첫 우승을 안길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