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재영(33)에게 '너를 닮은 사람'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유보라 극본, 임현욱 연출)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한 여자와 그 여자와의 만남으로 삶의 빛을 잃은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벌어지는 치정과 배신, 타락과 복수를 담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은 3.6%(1회,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다소 저조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공개되며 국내 톱10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선전했다.
김재영은 '너를 닮은 사람'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조각가 서우재로 열연하며 한층 더 깊어진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정을 찍었다. 무엇보다도 캐릭터에 완벽히 동화된 모습을 보여줬고, 사건의 중심에서 기억을 잃고 직진하고, 흑화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충격적인 전개에 힘을 더했다. 극단을 오가는 서우재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김재영은 고현정, 신현빈과의 호흡으로도 주목받았다.
김재영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너를 닮은 사람'을 만났던 당시를 돌아봤다. 긴 슬럼프 끝에 '너를 닮은 사람'을 만났다는 김재영은 "슬럼프 기간 동안 연기에 대한 걱정, 배우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내가 미래가 있을까' 불안해하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이 작품을 통해 많이 얻었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또 절실함을 느끼게 해준 작품인 거 같다. 감독님이 저를 굉장히 예뻐해주셨고, 서우재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하려고 노력해주셨다. 고현정 선배님 포함 많은 분들이 몰입할 수 있게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끔 해준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너를 닮은 사람'은 김재영에게 힘을 준 작품. 김재영은 "그전에 주말드라마를 하면서 사람이 점점 '이렇게 살아가도 되겠다'는 안정감을 느꼈었다. '이렇게만 살아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니 긴장이 풀렸고, 살도 다시 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불만도 많아지고 소흘해지고, 그러며 작품이 끝나니 후회가 되더라. '난 왜 이랬을까. 난 이 직업을 하면 안 되는 앤가' 이런 생각도 하면서 고민이 많았고, 다음 작품에 대해 겁도 났다. 이렇게 풀어지고 안정감을 찾는 앤데, 앞으로 계속 도전할 수 있을까 싶었고, 그러다 보니 다른 걸 할 용기가 안 났다. 처음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혼란이 왔고, 다음엔 뭐를 할지도 겁이 났다. 다른 걸 하려니 또 무섭고, 0으로 돌아가려니 억울한 시기에 있었는데 그때 이 대본을 봤다. 그때 나는 '난 행복한가, 난 왜 이럴까, 사랑이 뭘까, 결혼은 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 대본이 사람의 깊숙한 것들을 많이 표현하는 거 같았고, 자기만의 욕심들을 솔직하고 낱낱이 보여준 대본이라 내가 고민하던 찰나에 받으니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절했던 '너를 닮은 사람'의 합격 소식에 눈물까지 쏟았다는 김재영이다. 그는 "감독님을 만나서 솔직하게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독님과는 '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니' 이런 대화도 했었는데, 만약에 드라마를 못하게 되더라도 형동생으로 지내자고 하시더라. 보통 마음에 안 들면 '다음에 만나자'하고 끝내시는데 '이 분은 새롭다'고 느꼈다. 두 달 정도 미팅을 하면서 더 하고 싶어졌다. 감독님도 고민이 많으셨을텐데, 작품이 됐다는 전화를 받고 펑펑 울었다. 일을 하면서 울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모델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연기로 넘어왔고, 나는 운이 따라주는 사람인 줄 알았고, 엄마한테도 '금방 잘 될 거 같아'라고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러지 못하니 많이 힘들었다. 이번 작품이 됐을 때 '너무 감사하다.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울었고, 감독님도 울먹거리셨다. 그래서 애정도 많았고 절실함이 있던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드라마를 위해 15kg을 감량하고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줄 정도로 변신을 시도했던 김재영은 "네가 살아야 드라마가 산다"는 고현정과 신현빈의 무한 응원과 서포트로 서우재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두 여자를 '미쳐버리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서우재를 김재영은 차근차근 만들어냈다. 김재영은 "고현정 선배가 저희가 모였을 때 '우재가 살아야 드라마가 산다'고 하셨다. 그래서 감독님도 선배님도 다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나도 '내가 여기서 실수하면 큰일난다'고 생각했고, 여태까지의 역할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특히 고현정, 신현빈과의 호흡은 김재영에게 그 자체로도 수업이었다. 김재영은 "고현정 선배는 저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주셨다. 대사 하나하나 할 때도 쳐다볼 때도. 드라마에서 처음 찍는데도 이렇게까지 해주시니 너무 놀랐다. '사람한테서 어떻게 이런 에너지가 나오지?' 싶어 너무 감사하다고 연락을 드렸다. 슬럼프였다 보니 저에게 벽이 있었던 가 같다. 에너지를 받고 가만히 있어도 느끼게 해주시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애절함을 표현할 때도 제가 그런 감정이 나오면 카메라를 돌려서 먼저 저를 찍게 해주시고, 제 연기에 앞에서 직접 울어주시기도 했다. (신)현빈 누나도 먼저 편히 다가와주고,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전화가 와서 '말 놓자'고 해줬다. 또 신을 찍었을 때 '누나 이건 좀 아닌 거 같다'고 하면, 감독님한테 '우재 한 번만 더 하게 해주면 안되냐'고 말해줬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살펴줬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서우재라는 인물에 대한 비호감도 있었지만, 김재영은 '퇴폐적'이고 '섹시하다'는 칭찬도 받았다. 김재영은 "죽어서 우재를 불쌍해하는 분들이 생겼다. 죽음이 저의 기회였던 거다. 중간엔 불륜이었고 어떤 면에선 나쁜 사람이지 않았나. 자기가 하고 싶은 거에만 몰두하니 욕을 많이 먹었다. 그런데 점점 슬픈 감정도 생기면서 마지막에 죽음을 맞으니 많은 분들이 '제일 불쌍한 애가 우재 아니냐'고 해주시더라. 한편으론 마음이 놓였다"며 "퇴폐적이고 섹시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람은 자기가 얻고 싶은 것에 대해 저돌적으로 다가가게 되는데, 그런 것에 머리 스타일도 한몫을 해준 게 아닌가 싶다. 또 '그냥 서우재다. 서우재를 하려고 태어났다'는 반응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슬럼프에 대한 걱정을 사서 한다는 김재영은 '너를 닮은 사람'의 여운에 아직 빠져 있는 상태. 김재영은 "요즘엔 좀 저를 칭찬해주는 시기인 거 같다. 아직도 제 드라마 댓글들을 찾아본다. 어제도 '더쿠'(온라인 커뮤니티)를 봤는데, 제가 아이디가 없어서 비회원은 한 시간 뒤부터 댓글을 볼 수 있다. 또 유튜브에서 편집을 해서 올려주는 게 있더라. 그걸 보면서도 먹먹했다. 지금은 '이때 잘했네'하면서 칭찬하는 시기다"라고 했다.
김재영은 앞으로 따뜻한 느낌의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그는 "'백일의 낭군님'도 그렇고, '시크릿 부티크'도 그렇고, 주말 드라마도 고민이 많고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실 제 성격은 원래와 다르다. 텐션이 있는 편이고, 집에서 막내라 엄마랑 친하니 애교도 많고 말하는 걸 좋아한다. 고민을 막 많이 해서 정리해서 말하기 보다는 즉각즉각 말하는 타입이라 가벼운, 로코 같은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