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자고 일어났더니 1위? 어리둥절했다." 연상호 감독의 디스토피아 세계관 '지옥'이 전세계를 강타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연상호 최규석 극본, 연상호 연출)은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이후 심상치않은 장기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OTT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25일(한국시간) '넷플릭스 오늘 전세계 톱10 TV프로그램(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옥'은 플릭스 패트롤에서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중 벨기에와 프랑스, 일본 등의 36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공개 후 하루 만인 20일 1위에 올랐다가 '아케인'에 자리를 내준 뒤 이틀 만인 22일 다시 1위를 탈환해 사흘째 그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시청 시간 부문에서도 역대급이다. 24일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지옥'이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정상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 일주일 간의(11/15~21) 시청 시간을 집계한 것으로, '지옥'은 공개 후 단 3일 동안 4,348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자메이카, 나이지리아 등 총 12개국에서 TOP 10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 미국, 프랑스, 독일 등 59여 개국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신드롬의 시작을 알렸다.
'지옥'은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25일 스포츠조선과 온라인을 통해 만난 연상호 감독은 "자고 일어났더니 그렇게(글로벌 1위)가 됐다고 해서 어리둥절했다. 연락을 많이 받았고, '이분도?'라고 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감사하게도 많이 연락을 주셔서 감사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옥'은 '오징어 게임'을 잇는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작으로 손꼽히는 중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사실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15년 전부터 전세계에 조금씩 조금씩 쌓아온 신뢰 같은 것들이 최근에 폭발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사실은 한국에서 좋은 영화와 드라마가 존재했고, 그걸 알아봐주는 세계인들의 존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콘텐츠들이 세계적 사랑을 받는 것은 십여년전부터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들이 세계 시장이란 벽에 천천히 내던 균열들이 무너지며 둑이 쏟아져내리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야기에 진입하기 위한 호불호도 갈렸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1~3회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는 평도 있던 것. 연 감독은 "애초에 넷플릭스와 '지옥'이란 작품을 구상할 때는 아주 보편적인 대중들을 만족시킬 거라는 생각보다는 이런 장르를 좋아하거나 깊게 보실 수 있는 분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다. 그런데 생각 외에도 많은 분들이 작품을 봐주시고, 많은 분들이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시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고, 시리즈라는 매체를 통해 어떻게 보면 생소할 수 있는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세계에 빠져드는데 일정 부분의 시간 같은 것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아준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등 배우들의 열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정자를 연기한 김신록의 연기가 몰입도를 높였다. 연 감독은 '방법' 이후 다시 만난 김신록에 대해 "그전엔 정보가 많지 않았고, 연극을 오래하셨고 이창동 감독님의 '버닝'에서 스티븐연의 부잣집 친구로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만 해도 인상적인 배우라는 생각은 못했다. 김용완 감독이 김신록 배우가 엄청나기에 백소진의 어머니로 출연을 시킨다고 했고, 안목을 믿고 처음 그의 연기를 봤는데 놀랐다. 백소진의 엄마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일까 싶을 정도로 몰입해서 봤고 김신록 배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옥'의 박정자를 봤을 때 김신록 배우가 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안을 드렸다"며 연기에 대한 깊은 만족감을 표했다.
여러 의미를 내포하며 시청자들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져준 것 역시 '지옥'이었다. 웹툰에서는 보여지지 않았던 결말이 최종회에서 새롭게 보여지며 반전을 부르기도 했다. 이미 웹툰 작업을 할 당시부터 결말에 대해 구상했었다는 연 감독은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공개를 할 것인가에 대해 사실은 시리즈를 제작하는 제작팀과 의논을 미리 했었다. 만화에 마지막 장면이 구상이 안돼서 안 넣은 것은 아니고, 만화가 먼저 공개되고 시리즈가 공개되다 보니 이것에 대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했던 거 같다. 아무래도 이 작품이 완벽히 완결된 상태에서 영상화 작업이 되는 게 아니라, 만화를 만든 크리에이터와 시리즈의 크리에이터가 같기에 만화와 넷플릭스라는 매체를 동시에 전략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같이 상의할 수 있던 게 좋은 거 같고, 공개 시기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이 예상은 적중했고,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연 감독은 "'지옥'을 구상할 때부터 최규석 작가와 상황을 두고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기보다는 거기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일들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하나의 스토리가 될 수 있는 것을 뽑아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시즌2라기 보다는 이 이후에 이뤄지는 이야기에 대해 최규석 작가와는 올 여름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다. 이 이후의 이야기를 만화로서 작업을 하기로 얘기를 해둔 상태다.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여기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화로서 선보일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의 영상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있지 않은 상태라 그것의 영상화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해야 할 거 같다"고 밝혔다.
영상화에 대해 완전히 확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은 열어둔 상태다. '지옥'에 대한 IP(지적재산권)를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확보하고 있는 상태로, 넷플릭스와 영상화에 대한 논의도 가능한 것. 연 감독은 "나와 최규석 작가가 원작자이기 때문에 원작 저작권을 자연스럽게 갖고 있고, 넷플릭스는 영상화 권리를 갖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퍼스트 옵션이라 만약 넷플릭스가 안 한다고 하면, 다른 데에서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영상화에 대한 첫 번째 옵션을 갖고 있기는 하다"고 말해 영상화 된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지옥'은 19일 공개된 이후 글로벌한 흥행사를 다시 쓰는 중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