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무려 2년 여 만에 좌석을 모두 다 열었지만 채워지지 않았다.
만원관중을 만든 두산 팬들의 열기도 1차전 패배 속에 차갑게 식었다. 이후 시리즈는 싱겁게 흘러갔다. 만원관중도 더는 없었다.
2021년 한국시리즈가 단단한 조직력과 체력으로 나선 KT의 일방적 우세 속에 조기 폐막을 했다.
올 시즌 전력손실로 악전고투 끝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두산은 선수가 부족했지만 단축 시리즈를 발판 삼아 전무후무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모두 소진했다.
외인투수 듀오 없이 치른 가을야구. 처음부터 한계가 보였다.
선발은 단 3명. 그나마 긴 이닝을 소화 못해 불펜 마당쇠 이영하 홍건희 둘로 버텨야 했다.
다만 지난 6년 간 꾸준히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저력으로 버텼다. 단기전을 할 줄 아는 '기술자'들의 경험으로 짧아진 무대를 통과했다. 만약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가 코로나19 이전 처럼 모두 5전3선승제였다면 '미러클 두산'은 애당초 쉽지 않은 기적의 스토리였다.
힘을 다 빼고 올라온 한국시리즈 무대. 이강철 감독의 용병술로 무장한 KT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KT벤치는 이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쿠에바스를 1선발로, 고영표를 깜짝 불펜 전환시키며 지친 두산 타자들이 뚫을 수 없는 철옹성을 구축했다.
지방을 오가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한화 퓨처스리그 팀 등과 실전 경기를 통해 타자들의 보름 공백을 큰 무리 없이 메웠다.
에이스와 뒷문 부재의 약점을 시즌 막판 털어냈다. 쿠에바스와 김재윤이 완벽하게 살아났다.
부친상을 당한 쿠에바스를 이강철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선수단, 구단이 온 마음으로 아픔을 나누며 배려했다. 감동한 그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시즌 중 베네수엘라행을 포기한 그는 완벽한 빅게임 피처로 거듭났다. 삼성과의 1위 결정전에서 이틀 쉬고 나와 7이닝 1안타 8K 무실점의 마법 같은 호투로 우승을 선사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한국시리즈 1차전도 7⅔이닝 1실점의 눈부신 역투로 승리를 선사했다. 결정적 순간 호잉의 번트와 황재균의 히트앤드런으로 승리에 필요한 득점 루트를 연 벤치 용병술도 빛났다.
1,2차전은 시리즈 향방을 좌우한 분수령이었다.
2연패로 기선 제압을 당하면서 지친 몸의 두산 선수들은 '여기까지구나' 하는 지친 마음과도 싸워야 했다.
풀 시리즈를 치른 야수는 물론, 미란다가 없는 사이 에이스 역할을 한 최원준, 마당쇠를 자청했던 이영하 홍건희도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다. 미러클이 현실과 충돌하는 순간. 시리즈는 일방적으로 흘렀다.
모든 야구팬들이 열광하는 최고의 잔치. 결과를 알 수 없는 짜릿한 승부를 기대하기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아쉬운 나비효과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