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특선급은 그야말로 2진급들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 주 특선급은 2진급의 맹활약으로 인해 이변의 연속이었다.
지난 토요일 5경주 안창진이 쌍승 130.3배로 포문을 연데 이어 마지막 7경주에서는 정종진의 이변으로 인해 김민준-김관희가 행운의 1, 2착을 가져가며 삼쌍승 6523.2배라는 초고액 배당이 발생했다.
일요일도 분위기는 비슷하게 흘러갔다. 4경주 류재민이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쌍승 28.7배로 시작해 5경주에서는 약체였던 원신재-배민구-왕지현이 1, 2, 3착을 휩쓸며 삼쌍승 1377.3배를 터트렸다. 마지막 결승 경주도 수성팀의 김민준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나선 정하늘을 따돌리며 깜짝 우승에 성공, 삼쌍승 448.3배라는 고배당으로 마무리되었다.
현재 경륜장은 25기 임채빈이 장악한 상태다. 지난 대상 경주에서 정종진을 누르며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굳혀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제 2의 임채빈을 꿈꾸며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2진급들의 도전이 있어 후반기 경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우선 김관희와 김환윤, 임치형을 앞세운 세종팀의 세대교체가 빠른 가운데 김관희의 약진이 눈에 띈다. 23기로 경륜에 데뷔한 김관희는 데뷔 4년차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18년 데뷔당시 우수급에서 출발한 김관희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기존 강자들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한동안 적응하지 못했다. 여기에 2019년 경주중 낙차로 인해 큰 부상을 입으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낙차 부상이 심각했던 탓에 안장에 다시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 하지 않고 인고의 시간을 감내한 김관희는 재활훈련을 거듭한 끝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부상회복 이후에는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경주 운영에 나서며 잇따라 특선급 강자들을 격파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장 대표적인 경주가 바로 8월 22일 광명 결승 경주였다. 당시 5인방인 황인혁과 정하늘이 양축을 이루며 우승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날 김관희는 인기 순위 4-5위권에 머물며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관희는 이날 경주에서 본인의 주특기인 선행 작전을 앞세워 당당히 우승, 쌍승 96.0배를 만들어내며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세종팀의 선행 거포인 23기 김환윤도 특유의 지구력을 바탕으로 강자들을 위협하며 착실히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세종팀의 최고참인 박종현은 "세종팀은 수년전부터 두 바퀴, 세 바퀴 등 선행력을 높이기 위해 긴 거리 위주의 훈련에 집중해 왔는데 최근 들어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팀 내 2진급들의 호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수성팀의 25기 안창진과 22기 김민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 주목할 선수는 안창진이다. 안창진은 10월 15일 광명 1경주에서 정정교를 격파한데 이어 11월 6일 토요 광명 5경주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나선 정재원의 추격을 따돌리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두 번 모두 초고액 배당을 터트린 안창진은 10월 15일에는 쌍승 132.5배를 만들어낸데 이어 11월 6일에도 이전과 비슷한 쌍승 130.3배를 터트렸다. 전문가들은 "잇따라 강자들을 제압하며 자신감을 회복한 안창진의 후반기 상승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임채빈과 함께 수성팀을 이끌어갈 기대주"라고 치켜세웠다.
김포팀의 25기 김용규와 수성팀 22기 김민준, 금정팀의 22기 김희준, 동서울팀의 22기 정해민과 23기 전원규 등도 후반기 활약이 기대되는 2진급들로 언제든 5인방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최강경륜 설경석 편집장은 "후반기 경륜은 경륜에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한 각 팀의 2진급과 5인방의 접전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대주들 모두 오랜 기간 동안 선배들의 특훈을 통해 만들어진 최종병기들이라는 점에서 완성도가 높아 언제든 사고를 칠 수 있어 관심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