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한소희(27)가 '마이 네임'으로 한계를 깨고 가능성을 완전히 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김바다 극본, 김진민 연출)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드라마로, 주인공 지우로 분한 한소희가 역대급 액션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15일 공개된 '마이 네임'은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Flix Patrol) 18일 기준, TV쇼 부문 스트리밍 세계 4위에 올랐다. 국내 1위를 포함해 미국에서 5위, 캐나다와 브라질 등에서 4위, 필리핀에서 2위를 하는 등 각국에서도 상위권에 안착했다.
'부부의 세계'와 '알고있지만' 등 미모를 드러내는 연기에서는 강점을 보여줬던 한소희였지만, 민낯의 액션은 시청자들에게도 생소했다. 한소희는 20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스포츠조선과 만나 "운동의 '운'자도 모르던 사람으로, 여성으로서 혼자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대본을 늘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액션과 결합된 대본을 만나게 되며 '하겠다'고 했었다. 누아르물도 제가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라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계기가 됐다"고 했다.
'예쁜 배우'의 매력만 있는 줄 알았더니 피를 묻힌 민낯에 몸을 쓰는 액션이 눈에 와 닿았다. 거의 대부분의 액션신을 직접 소화해냈고, 롱테이크 액션신까지 선보였던 한소희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마이 네임'을 마지막까지 이끌었다. 한소희는 "큰 사고는 없었지만, 많이 다쳤다. 제가 대역 분과 똑같이 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다치기도 많이 다쳤는데, 사실 그만큼 많이 먹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촬영하다 손이 베이고 까지고, 멍드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10kg을 '증량'하며 체력에 힘쓸 정도로 과감했던 촬영이었다. '부부의 세계'를 통해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줬던 한소희는 자신의 한계로 실험하고, 자신에게 미션을 내리는 마음으로 '마이 네임'에 임했다. 한소희는 "'부부의 세계'를 찍을 때 44kg이었는데, 액션을 하면서 먹고 싶은 걸 다 먹다 보니 54kg까지 몸무게가 늘었다. (박)희순 오빠가 '근육으로만 10kg'이라고 하셨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지방이 반 이상을 차지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만 버티는 몸 상태가 되다 보니 '증량해야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쪘다"고 했다.
민낯 열연도 화제였다. 립밤 외 모든 것을 바르지 않았다는 한소희의 과감함이 '마이 네임'의 완성도를 높였다. 한소희는 "화장을 안 하겠다고 한 것은 저의 생각이었다. 최소한의 것들만 했다. 화장을 아예 안 한 채 촬영한 신도 많았다. 지우라는 캐릭터는 왜인지 그래야 할 거 같았다. 날것의 느낌이 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가면이 씌워진 얼굴보다는 지우라는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서 그렇게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세간의 편견도 '마이 네임'으로 완전히 깼다. 예쁜 배우 이미지에 국한된 자신의 한계도 완벽히 극복했다. 한소희는 "제 외적인 부분들은 '빈껍데기'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보다 외관적으로 저를 보여드리기 보다는 마음이나 주체성이나, 앞으로 연기라는 막대한 무게의 직업을 어떤 식으로 대중들에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저 자신에게 물었을 때, 절대 '예쁘게만'은 아닌 거 같다. 제가 생각했을 때 일부러 망가지는 것보다는 저의 많은 면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게 어쩌면 조금 예쁘지 않을지언정. 저의 많은 면들을 보여드리고 싶고, 새로운 면들, 저만 아는 저의 모습들도 대중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마이 네임'은 그런 의미에서 한소희의 인생을 완벽히 바꾼 작품이 됐다. 하나의 이미지만 보여줬던 한소희의 연기인생 '초기'에 액션이라는 새로운 옷도 입혔다. 김진민 감독은 한소희의 연기인생 속 '마이 네임'을 지칭하며 "저를 즈려밟고 가시라"고 했지만, 한소희는 "절대 즈려밟고 가지는 못할 작품"이라며 "이 작품을 하면서 제 마음이 뒤죽박죽된 이유는, 하나에 제 가능성을 작게나마 뚫은 느낌이라서인 거 같다. '나도 이런 거 할 수 있습니다!', '지켜봐주세요!'라는 마음이 생겨서 어떻게 보면 좋은 욕심으로 바뀌고 있다. 다양하고 더 많은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은 계기들이 형성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포스트 전지현'이라는 평까지 들은 한소희는 손사레를 치며 "그런 평은 제게 말도 안되는 평"이라며 웃었다. 한소희는 지금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중. 한소희는 "제가 늘 인터뷰를 하며 '롤모델'과 관련한 질문을 받는데, 누군가의 길을 따라가려면 일단은 저의 자아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은 저 '한소희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제가 어떤 반열에 올라서 뭔가 성과를 얻었을 때, 그때야 '어떤 선배님의 길'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