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보어(33·LG 트윈스)가 KBO리그에 합류한지 약 한 달이 지났다.
19일 현재 보어의 성적은 타율 1할7푼7리, 3홈런 17타점. 메이저리그에서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시즌이 세 번이나 있는 커리어를 생각하면 부족한 감이 있다. 하지만 2020시즌 한신 타이거즈에서 타율 2할4푼3리, 17홈런, 45타점였던 점을 보면 비슷한 페이스라고 볼 수도 있다.
빅리그에 이어 일본 프로야구(NPB), KBO리그까지 최근 두 시즌 성적차가 있는 보어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부분은 있다. 그것은 보어가 여전히 배팅장갑을 안 끼고 타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전인 지난해 2월, 보어는 한신 스프링캠프지에서 한신 출신 히로사와 가쓰미 해설위원에게 "왜 배팅장갑을 안 끼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에 대해 보어는 "어릴 때부터 맨손으로 배트를 잡고 있다. (맨손으로 배트를 잡으면) 나무의 감각을 잘 느낄 수 있다. 내겐 맨손이 가장 잘 맞다"고 답했다.
타자들은 자신만의 감각이 있다. 하지만 미국시절과 지금 보어가 겪고 있는 환경은 다르다.
첫째는 기후 차이다. 배팅 장갑을 끼면 미끄러짐 없이 배트를 잡을 수 있다. 미국과 달리 습기가 많은 한국, 일본의 경우 그 효과는 더 커진다. 히로사와 위원도 그 부분을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보어는 "마이너리그 시절 마이애미 등 고온다습한 곳에서 플레이한 적이 있어 괜찮다"고 말했다.
배팅 장갑을 끼면 '나이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 배팅 장갑을 끼면 맨손으로 배트를 잡을 때보다 악력이 나오고, 자연스럽게 스윙 시 헤드 스피드도 빨라진다. 올해 33세인 보어의 최근 모습은 젊은 시절과 같은 헤드 스피드가 앞으로도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를 달게 한다. 보어와 마찬가지로 맨손 타격 중인 프레스턴 터커(31·KIA 타이거즈)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맨손 감각을 유지하며 배트를 잡고 싶다면 한손에만 장갑을 끼는 방법도 있다. 과거 KBO리그에선 정성훈(현 KIA 코치), 이택근(전 키움)이 그랬다. 우타자였던 두 선수는 왼손에만 장갑을 끼고 오른손은 맨손으로 배트를 잡았다. 정성훈은 "양손에 장갑을 끼면 시간적 여유 없이 타석에 들어가야 할 때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쪽 손에만 장갑을 끼면 그런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랜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특히 빅리그 경험을 갖춘 선수가 한국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자신감 하락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만약 누군가 보어에게 "배팅장갑을 한번 한쪽 손만이라도 시도해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할때, 보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