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수평에서 좌우 측으로 돌아가거나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을 '사경(斜頸)'이라고 한다. 특히 소아 사경은 출생 직후부터 5개월 이전까지의 영유아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질환으로 치료되지 않은 채로 성장하게 되면 눈과 이마, 턱 등 얼굴 부위가 비대칭적으로 변하거나 척추측만증을 유발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기운 목(사경)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만6714명으로 이 가운데 영유아(0~9세)가 64.8%(1만823명)를 차지했다. 김재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사경은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2차 변형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경 환자 10명 중 6~7명은 영유아
소아 사경의 대표적인 증상은 ▲아이에게 젖을 먹이거나 재우려고 할 때 아이의 머리가 한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어 부모가 반대 측으로 돌리려고 하면 자꾸 원래 방향으로 돌아가거나 아이가 울고 보채는 경우 ▲아이의 목 부위에 딱딱한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 ▲아이의 뒤통수나 이마, 눈, 턱 모양이 비대칭인 경우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앉혀 놓으면 한쪽으로 쓰러지는 경우 등이다.
영유아에서 목이 기우는 원인은 다양하다. 소아 사경의 60~70%를 차지하는 선천성 근육성 사경을 비롯해 자세성 사경(발달성 측경), 안성(眼性) 사경, 뼈에 의한 사경 등이 있다.
선천성 근육성 사경은 목 부위 흉쇄유돌근(목빗근)의 수축 또는 종괴(혹), 외상 등에 의한 사경을 의미한다. 자세성 사경은 근육이나 신경, 눈에 문제가 있지는 않지만 목이 기울어져 있는 사경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태아기 혹은 초기 영아기에 부적절한 자세에서 유발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외에 사시 등 눈의 다양한 질병으로 인한 경우라면 안성 사경을 의심할 수 있다. 매우 드물게 선천적으로 경추(목뼈)나 뇌와 척수의 문제로 사경이 유발되기도 한다.
▶소아 사경, 성인과 원인·치료법 달라
근육성 사경의 경우 신생아 때는 초음파 검사로 흉쇄유돌근의 멍울 유무와 두께 차이를 확인한다. 또 아이의 발달 상태, 안구 운동, 경추나 쇄골 등의 X-레이 사진으로 다른 원인에 의한 사경이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신경발달의 이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그 원인을 찾아 치료 방향을 정한다.
근육성 사경의 유병률은 보통 신생아의 0.3~3.92%까지 보고된다. 이 중 절반 정도는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의 상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소아 사경 증상을 보일 경우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릴 때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치료 효과는 물론 얼굴 비대칭이나 턱관절 문제, 측만증 같은 2차 문제를 막을 수 있다.
김재원 교수는 "성인기에 발생하는 성인 사경은 목 주변 근육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 연축성 사경으로 근긴장이상증의 한 종류일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소아 사경은 다른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사경의 확률이 높고, 그 진단방법과 치료방법 역시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재활 치료 후에도 호전 없다면 수술 치료 고려
소아 사경 치료의 1차 목표는 목의 정렬 상태를 올바르게 교정하고 아이의 두상과 얼굴 변형을 예방 또는 교정해 아이가 대칭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근육성 사경은 근육 내 종괴로 인해 흉쇄유돌근의 길이가 짧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올바른 스트레칭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김재원 교수는 "생후 3~4개월 이후에는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이 늘고 목을 스스로 가누게 되면서 아이의 물리적, 정서적 저항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면서 "종괴가 동반된 근육성 사경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생후 3~4개월 이전에 아이의 사경 증상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활 치료 이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원인에 따라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적절한 재활 치료가 뒷받침돼야 효과가 있다. 재활치료 기간은 원인과 치료 전의 운동 범위 제한 정도, 기울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목 부위에 종괴가 있는 경우에는 더 길어질 수 있다.
김재원 교수는 "생후 2개월 미만의 신생아와 돌 이전의 영아기는 물론 소아청소년기까지도 사경증을 적절히 바로잡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턱이 한쪽으로 돌아가 얼굴이 틀어지고 나아가 척추와 어깨, 골반까지도 심하게 변형될 수 있다"며 "여기에 사경의 원인을 잘못된 진단해 재활 치료를 진행할 경우 오히려 더 심해지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반드시 경험이 많은 소아재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