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선급 돌풍의 중심 '괴물' 임채빈(25기. 30세)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 목표를 묻는 질문에 "수성팀을 김포, 세종팀에 버금가는 강팀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다"라고 서슴없이 대답하며 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실제로 수성팀 대다수 선수들은 임채빈 합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김형모(14기. 38세)의 코로나 이전 2019년 성적은 51회 출전에서 1착 5회, 2착 6회, 3착 9회(승률 10%, 연대율 22%, 삼연대율 39%)로 우수급 중위권의 평범한 선수였다. 경기운영이 미흡하고 선행력도 특출나지 않았던 김형모는 막판 직선주로 길이 열리거나 짧은 젖히기 타이밍이 맞아떨어졌을 때만 우승이 가능했다. 그러던 그가 임채빈을 만나면서 확 달라졌다. 올 시즌 12회 출전해서 1착 5회, 2착 3회, 3착 3회(승률 42%, 연대율 67%, 삼연대율 92%)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단 12경기 만에 19년 우승횟수와 동률을 기록할 만큼 일취월장 눈부신 발전이다.
경기내용도 흠잡을데 없었다. 지난달 25일에는 한솥밥을 먹고 있는 수성팀 선배 고종인(14기. 39세)을 뒤에 붙인 후 한템포 빠른 선행으로 강축 김치범(9기. 40세)을 5착으로 밀어내며 고종인과 동시착 1위를 합작했고, 다음날에도 우승후보였던 황무현(16기. 35세)의 추입을 막아내는 젖히기를 선보였다. 3차례 오른 결승전에서도 존재감이 대단했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비록 우승을 놓치긴 했으나 2강으로 꼽혔던 한탁희, 강진원을 외선으로 밀어내는 강력한 선행을 뿜어내며 본인을 내선에서 추주했던 동서울팀 김주호, 정상민이 쌍승 180.1배를 터뜨리는데 일조했고, 본인도 3착을 하며 삼복승 112.9배를 선사했다.
임채빈의 대구체고 1학년 시절부터 임채빈과 함께 훈련하며 경륜을 준비했던 류재민(15기. 37세)도 올 시즌 특선급에 재진입한 후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5월 30일에는 세종팀의 임치형, 박성현의 협공에 고전하며 대열 제일 후위로 밀리기도 했으나 막판 3코너를 돌면서 폭발적인 젖히기를 선보이며 우승, 쌍승 109.3배를 안겨줬고, 지난 2일 정종진 상대로 선행 3착, 3일 인치환 상대로 선행 2착을 하며 일요 결승까지 진출했다. 성적 보다 더 고무적인 점은 금,토 경주에서 보여준 200m 랩타임 11초08의 수준급 선행 시속이었다.
임채빈의 훈련원 동기 안창진(25기, 31세)은 코로나로 인한 파행적인 경기운영만 아니었다면 벌써 특선급에 올라갔을 만큼 우수급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선발급 8연승으로 우수급 무대를 밟은 안창진은 특유의 선행, 젖히기 승부를 앞세워 12회 출전에서 1착 8회, 2착 4회(승률 67%, 연대율 100%)로 고공행진 중이다. 3월 28일 부산 결승, 6월 20일 광명 결승 우승에 이어 18일 광명 결승에서는 4명씩이나 포진해 있던 동서울팀의 협공에 고전하기도 했으나 내선 진로 막힘의 어려움을 악착같이 뚫고나오면서 2착, 경륜입문 후 현재까지 20연속입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선발급 강자, 우수급 약체'의 이미지가 강했던 배준호(24기. 30세), 명경민(24기. 29세), 노형균(25기. 27세), 정동호(20기. 33세)도 최근 들어 심심찮게 입상권에 진입하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3월 7일 선행 2착을 하며 우수급 첫 입상에 성공했던 배준호는 지난 11일에는 드디어 선행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지난주에도 금요일 3착, 일요일 2착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작년 1월 26일 우승 이후 주춤했던 명경민도 5월 28일 선행 2착, 30일 추입 우승으로 다시 시동을 걸더니 지난 4일에는 결승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수급 입상이 전무했던 노형균도 2일 선행 2착, 4일 젖히기 우승, 17일 선행 2착을 하며 7월 들어 피치를 올리고 있으며, 정동호 역시 3월 20일 쌍승 624.7배, 삼복승 614.5배를 기록하며 2착, 6월 5일 쌍승 87.6배를 기록하며 2착, 고배당 메이커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상지 '경륜박사'의 박진수 팀장은 "수성팀은 임채빈의 솔선수범과 각별한 애정 속에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그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팀원들은 임채빈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따라가는 훈련만으로도 실력이 쑥쑥 향상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