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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 코앞인데" 청룡기 중단→수도권 '올스톱', 답답한 고교야구의 하소연[SC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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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중단된 건 프로야구만이 아니다. 청룡기 고교야구 선수권과 수도권 주말리그도 올스톱이다.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상향된지 9일이 지났다. 청룡기는 중단됐고, 수도권은 오후 6시 이전 4인 이상, 그 이후에는 2인 이상 모임금지다.

수도권의 고교야구 팀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대회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데, 방역 수칙에 따라 합동 훈련이 전면 금지됐다. 숙소도 비우고 선수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한다. 혹시라도 선수들이 코로나19와 접촉할까봐 좌불안석이다.

일단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는 25일까지다. 26일부터 훈련은 물론 대회도 재개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몸을 만들어둬야한다.

청룡기는 32강전 도중 중단됐다. 대통령배와 협회장기, 봉황대기 대회도 남아있다.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훈련이 부족하다. 또한 수도권 외 지역 고교들은 정상적으로 주말리그를 소화중이다. 수십년째 몸담아온 고교야구 명장들도 생전 처음 겪어보는 페널티다.

만약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될 경우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KBO 신인 드래프트가 코앞이다. 1차 지명은 8월 23일, 2차 지명은 9월 13일에 시행된다.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시기다. 대회에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드래프트와 진학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몇몇 학교는 수도권을 벗어났다. 25인 단체 훈련이 가능한 거리두기 1.5단계, 2단계 지역에서 여름 캠프에 돌입했다. 실내외를 막론하고 훈련 때 전원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지만, 당장 경기에 뛰어야하는 주력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다는 점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수능 보는 고3들 및 밀접접촉자(교사 등)들은 조만간 백신을 맞는다. 훈련은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하지만 심준석(덕수고) 윤영철(유신고) 등 2학년 에이스들도 있고, 대회가 치러지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지방 훈련을 선택한 한 고교야구 감독은 "매뉴얼대로라면 감독은 손놓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른 학교들은 연습경기도 하고, 주말리그 실전도 치르고 있다. 우린 각자 집에서 개인훈련 하라고 하면 경쟁력이 있겠나. 고교 선수들은 하루이틀 훈련 안하면 바로 표시가 난다. 부득이하게 지방으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감독도 "요즘 고교야구는 전력 평준화 시대다. 코로나 때문에 연습량도 적은 상황이라, 이길 수 있는 팀하고 붙어도 아차하면 넘어진다. 지금이라도 훈련해야한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이동에 앞서 교장을 설득하고, 교육청에 신고하고, 전원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온 증명서를 해당 지역에 제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와중에 선택한 지역의 거리두기가 상향되면서 또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해야하는 학교도 있다.

학교 사정상 지방 캠프가 어려워진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오로지 개인 훈련 뿐이다. 수도권에 머물고 있는 한 감독은 "야구는 혼자 할 수 없는 운동이다. 시국이 이러니 맞춰가는 수밖에 없지만, 아이들에게 개인훈련만 시키려니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혹시라도 모를 감염도 걱정이다. 그동안은 숙소에 선수단이 모여있어 훈련도 편하고 통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4단계로 상향되면서 숙소를 비웠다. 학교 시설은 시간대에 맞춰 인원수를 배정, 돌아가며 웨이트장과 샤워장을 쓰는 정도다.

그는 "숙소에 있으면 밥도 우리끼리 따로 먹고, 동선도 통제하니까 안전한데…(귀가시킨 뒤로는)동선 보고도 받고 있지만, 걸리고 싶어 걸리겠나. 안심이 안 된다"면서 "아이들은 잘해보겠다고 기를 쓰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훈련 프로그램 짜주고 몇명씩 나눠서 자율 훈련을 시키는 것 뿐이다. 애들 입시는 닥쳐오고 진로가 걱정"이라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대한민국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관계자는 "대회 일정 변경은 고민하고 있지만, 방역 당국의 조치가 나와야 거기 맞춰 움직이지 않겠나. 우리가 독단적으로 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KBO 역시 "현행 드래프트 날짜는 구단과 선수, 대학 모두의 사정에 맞춰 정한 것이다. 대학 입시 기간도 고려해야한다. 거리두기가 연장되면 변경 논의는 해야겠지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