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은 유독 부모님의 건강이 신경 쓰이는 때이기도 하다. 요즘같이 활동 하기 좋은 날씨에는 가벼운 산행을 즐기거나 인근 공원을 찾아 걷기 운동을 즐기는 어르신들이 늘어난다. 걷기는 관절이나 뼈가 약한 사람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꾸준히 하면 무릎과 허벅지의 근육을 강화시키고 골다공증을 예방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자세로 걷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이미 퇴행성 관절염이 심하게 진행된 상태라면, 걸음걸이만 잘 살펴도 부모님 무릎이 건강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이에 바른세상병원의 소상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부모님의 무릎 건강에 대해 정리했다.
▶바른 걸음걸이로 무릎 건강 지키고 퇴행성 관절염 늦춰
올바른 보행을 위해서는 팔자걸음을 피해야 한다. 양발 끝이 부채꼴 모양으로 15도 이상 벌어져 걷는 팔자걸음을 걸으면 허리가 뒤로 젖혀져서 척추관이 좁아지고, 골반이 틀어져 근골격계 질환이 유발될 수 있고, 무릎에 힘이 가중되어서 퇴행성 관절염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발을 안쪽으로 15도 정도 오므려 걷는 안짱걸음도 무릎 안쪽 연골에 무리를 줘서 퇴행성 관절염을 발생시키고, 무릎 관절에 통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바르게 걷고 싶다면 가슴, 등, 어깨를 곧게 펴서 몸과 바닥을 수직으로 이루게 하고 목을 세워 시선을 약간 올리고 턱은 당기며 엉덩이가 빠지지 않은 상태로 허리를 세우고 걸어야 한다. 팔의 각은 L자나 V자로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흔들면서 걷는 것이 좋다.
잘못된 걸음걸이가 습관이 되어 장시간 지속되면 척추나 무릎관절에 손상을 유발하고, 손상이 누적되면 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당장 관절염 등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잘못된 걸음걸이가 장시간 지속되면 결국 퇴행성 무릎 관절염을 불러올 수 있다.
소상연 원장은 "걷기는 일상 속에서 가장 손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바른 자세로 걷기 운동만 잘해도 허리와 무릎, 허벅지의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어 노년기 건강을 지키는데 매우 유익하다. 하지만 바르지 못한 자세는 무릎에 통증을 유발하게 하고 퇴행성관절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릎 통증이 있을 경우, 걸음걸이에서 이상신호 감지
잘 걷고 싶어도 몸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무릎 건강의 적신호를 체크해봐야 한다.
무릎 통증이 있어 걸음걸이가 바르지 못하고 걷다 서다를 반복하거나 절뚝거리는 등의 걸음걸이에 이상이 있다거나 걸을 때 다리 사이가 벌어져 있는 게 보인다면 무릎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5분만 걸어도 허리가 뻐근하고 다리가 저리면 허리에 문제가 있는 척추관 협착증이 원인이 되기도 하기에 아픈 부위와 걷는 자세를 잘 챙겨보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걷거나 서 있을 때 체중의 75~90%가 쏠리는 무릎은 관절염에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꼽힌다. 퇴행성 관절염은 한국인의 만성질환 1위로 꼽힐 만큼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 질환으로도 알려져 있다. 관절 통증은 밤잠을 설치게 하기도 하고, 거동을 불편하게 하면서 외부 활동을 줄어들게 해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게 된다.
걸을 때 무릎 안쪽에 힘을 많이 받게 되어 퇴행성 관절염이 안쪽부터 진행되는데, 아프지 않게 걸으려 걷는 자세를 변형하다 보면 내측 관절염을 유발하고, 이는 내측 관절의 연골만 비정상적으로 닳게 되는 O자 변형을 가속화시킨다.
초기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약물 치료, 주사 치료, 체중 조절 등 보존적 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퇴행성 관절염 중기의 경우 미세 천공술이나 자신의 연골 일부를 떼어 손상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연골 이식술, 연골을 배양한 후 결손 부위에 재이식하는 자가연골배양이식술 등 가능한 자신의 관절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퇴행성관절염이 심해 연골이 모두 닳았다면 인공관절로 대체해주는 인공관절 무릎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O자 변형이 심하고 내측연골만 닳았다면 휜다리교정술로 불리는 근위경골절골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근위경골절골술은 자신의 무릎 관절을 지키며 유지할 수 있는 수술로 휜다리를 교정하면 바깥쪽 연골로 체중을 분산시켜 안쪽 연골만 비정상적으로 손상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물론 관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는 통증을 참고 견디기 보다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며 인공관절치환술도 고려해봐야 한다. 최근에는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관절수술 역시 환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수술시간이 짧아지고 최소절개, 무수혈 시스템 등이 도입되어 감염가능성도 거의 사라져 신체, 심리적 부담감이 많이 줄어 들었다. 연골 손상 정도에 따라 인공관절 반치환술과 전치환술 중 선택할 수 있고, 양측 무릎이 모두 손상되었을 때는 양쪽을 동시에 수술 받을 수도 있다.
빈혈이 심하거나 85세 이상의 초고령 환자, 당뇨병으로 혈당 조절이 어려운 환자 등을 제외하면 양측 동시 수술을 통해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모두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정확한 수술의 연장으로 로봇인공관절수술도 도입되었다.
소상연 원장은 "한번 손상된 연골은 스스로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손상이 심하지 않다면 비수술적 치료로 최대한 자신의 관절을 지키는 것이 좋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 수술적 치료를 통해서라도 더 악화되지 않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소 부모님의 모습을 챙겨보지 못했더라도 가정의 달을 맞아 함께 산책을 하면서 부모님의 걸음걸이에 이상이 없는지 무릎 사이가 벌어지지는 않았는지, 무릎이 평소보다 부어있거나 통증은 없는지 꼼꼼히 챙겨볼 수 있길 바란다"고 조언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무릎 관절 건강 체크리스트
1. 무릎이 평소보다 많이 부어있는지 확인한다.
2. 무릎이 'O'자로 휘어있는지 확인한다.
3.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힘들어 하는지 확인한다.
4. 앉아 있다가 일어난 직후 잘 걷지 못 하는지 확인한다.
5. 무릎 뼈 안쪽 부위를 누르면 통증이 있는지 확인한다.
6. 걸을 때 절뚝거리는지 확인한다.
7. 평소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주저 앉고 싶은 느낌이 있는지 확인한다.
8. 무릎에 삐걱거리는 느낌이 있거나 움직일 때 소리가 나는지 확인한다.
9. 잠들기 전 무릎 통증이 심해지고 통증으로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지 확인한다.
10.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이나 엉덩이 통증이 있는지 여쭤본다.
이들 10개 항목 가운데 2~3개 이상 증상이 확인되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