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04년부터 매년 일본어판 한국 프로야구 가이드북을 내고 있다. 올해 KBO리그 소속 선수 598명의 소개글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아주 궁금한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좌완투수 정태승(33)이다.
정태승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팀내 투수 가운데 2군 경기에 가장 많이 등판했다. 이 기간 1군 등판은 2017년에는 없었고, 2018년 3경기,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1경기에 불과했다. 2군은 1군에서 뛰기 위해 경험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는 곳이다. 2군서 아무리 많이 던져도 연봉은 거의 올라가지 않는다. 1군에서 성과를 내야 2군 경험이 의미가 있다. 정태승은 왜 1군 기회를 잡지 못했을까. 정태승에게 이와 관련해 물었더니 의외로 냉정하게 자신을 되돌아봤다.
"내가 좌완투수이기는 해도 1군 투수 13~14명과 비교했을 때 실력이 모자랐다고 생각한다."
정태승이 지난해 등판한 1군 경기는 7월 17일 삼성 라이온즈전이다. 2-4로 뒤진 4회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4안타와 2볼넷을 내주고 4실점했다. 결과만 보면 실력 부족이라 할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경기 결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태승은 "팀은 나에 대해 한 번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고, 나도 내가 그런 처지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며 "1군에 한 번도 못 올라간 투수보다는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을 한 번의 기회에서 결과를 내야 하는 투수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면 지도자는 정태승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강영식 롯데 2군 투수코치는 "솔직히 정태승이 타자를 압도하는 장점은 뚜렷하게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신예 선수라면 육성 목적으로 1군에서 두 세 번 정도 기회를 받을 수 있는데, 태승이는 나이도 있고 결과를 보여줘야 되는 투수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강 코치도 정태승을 냉정하게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포기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강 코치는 "태승이와 같이 많은 시간을 보냈고 구속 향상 노력도 했다. 또 공의 무브먼트를 의식해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정타 확률이 떨어졌다. 커브도 타자의 스윙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했는데 그 부분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의 경우 2군 선수가 1군에 올라갈 때 2군 코칭스태프의 추천이 아닌 구단에서 공유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1군서 결정한다고 한다. 정태승은 구속이나 스트라이크 비율 등의 수준이 1, 2군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팀내 좌완투수가 부족한 상황이라도 바로 콜업될 것 같지는 않다.
정태승에 있어 한 가지 환경 변화가 눈에 띈다. 2군서 정태승의 투구를 봐 온 래리 서튼 감독의 1군 사령탑 취임이다. "서튼 감독님은 작년에 저를 마무리 투수로 써주시고 올해는 '작년 페이스를 유지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정태승은 지난 해 2군에서 1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1.69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1, 2군 경계에 머물고 있는 정태승은 프로 10년째를 맞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매 경기를 치르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