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단이 호랑이 문양과 금빛 동정을 새긴 한복을 입고 도쿄패럴림픽 도전에나선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훈련원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D-10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선수단복을 첫 공개했다.
도쿄패럴림픽은 도쿄올림픽이 끝난 후 8월24일부터 9월5일까지 13일간 열리며 대한민국 선수단은 14개 종목 156명의 선수단을 파견, 종합 20위권을 목표 삼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김성일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위원과 함께 도쿄패럴림픽에서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단을 이끌 주원홍 선수단장(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 오완석 부단장(경기도장애인체육회장)이 이 함께했다.
단복 시연회에는 조기성(수영), 김정길, 서수연(이상 탁구), 김란숙(양궁), 조승현, 곽준성(이상 휠체어농구)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애인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직접 모델로 나섰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공식파트너인 영원아웃도어(노스페이스)가 친환경 혁신기술 '노스페이스 K에코테크'를 차용한 시상용 단복, 트레이닝 단복, 선수단 장비 등 총 17개 품목 도쿄패럴림픽 공식 단복을 무대 위에서 선보였다. 도쿄의 한여름 무더위를 감안해 냉감, 발수, 속건 등 '기능성'을 강화한 공식 단복과 함께 개폐회식 행사용으로 기획된 '한복' 디자인의 단복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사상 첫 한복 단복 선정 과정에 대해 "올림픽이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고양하는 의미도 당연히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디자인과 디테일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과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한복은 '핫'한 패션 트렌드다. 수 차례 심의위원회를 거친 후 정장 1종과 생활한복 1종을 후보군에 올리고 선수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선수 65%, 절대다수가 한복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덧저고리, 속저고리, 바지로 구성된 생활한복형 행사단복은 조선 초기 정1품에서 정3품까지 나왔던 홍색에서 유래해 조선 후기 당상관 관복에 쓰인 훈색(핑크 계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덧저고리 깃의 동정 부분엔 금메달을 기원하는 금박을 새겨졌다. 등 뒤판엔 자수로 용맹과 정의을 상징하는 호랑이 두 마리, 조선시대 무관의 관복 앞뒤에 부착했던 '쌍호흉배'를 붙였다. 바지는 전통 한복 특유의 풍성함과 편안함을 담아냈다. 도쿄패럴림픽 개막식 현장에선 갓, 관모, 노리개 등 한복용 액세서리를 활용할 방법도 고민중이다.
도쿄 땅에 '가장 한국적인' 한복을 입고 나설 선수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이날 단복 시연회에서 처음 한복을 입어본 '탁구미녀' 서수연은 "저희도 평상시 단복이랑 느낌이 달라서 새롭다. 여자 단복과 남자 단복이 다른데 여자옷은 라인이 들어간다. 저고리 디자인이 색다르고 한국적인 느낌이 좋은 것같다"고 호평했다. '휠체어농구 주장' 조승현은 "한복을 행사단복으로 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입어보니까 목발이나 의족을 활용하는 선수들은 물론 휠체어 선수들의 착용감이 굉장히 편하다. 색감도 템플스테이처럼 편안한 느낌이 나면서 아주 마음에 든다"며 미소 지었다.
한편 이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주원홍 도쿄패럴림픽 선수단장은 "대회 목표를 금메달 4개, 20위권으로 잡았지만 더 많은 금메달을 따고 싶다. 체육계 문제들로 인해 메달이 안중요하다고 하지만 테니스 선수, 감독 출신으로서 올림픽, 패럴림픽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메달"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잘 준비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옆에서 잘 도와주면서 더 많은 메달을 딸 수 있게, 100일간 열심히 격려하면서 성적이 올라가게 하겠다. 금메달 6개를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또 무엇보다 방역 수칙을 잘 지켜 우리 선수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한 대회를 치르도록 마음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