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준우승만 세 차례 했던 대회에서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압도적이었다. 1라운드부터 최종 4라운드까지 선두를 빼앗기지 않으면서 '와이어 투 와이어'로 정상에 섰다.
'골프 여제' 박인비(33·KB금융그룹)가 2021년 처음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29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버드의 아비아라GC(파72·6609야드)에서 열린 KIA 클래식(총상금 18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렉시 톰슨과 에이미 올슨(이상 미국)이 형성한 공동 2위 그룹(9언더파 279타)을 5타 차로 따돌리고 가볍게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2월 호주여자오픈 이후 1년1개월 만에 우승 타이틀을 추가한 박인비의 LPGA 투어 통산 21번째 우승이다.
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27만달러(약 3억500만원)를 챙겼다. 커리어 누적 상금은 1700만달러(약 192억원) 고지도 돌파했다. 박인비는 LPGA투어 역대 누적 상금 4위다.
KIA 클래식에서 처음 우승한 박인비는 과거에도 이 대회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올해 전까지 이 대회에 10번 출전해 준우승만 3회(2010, 2016, 2019) 차지했다. 가장 안 좋았던 성적은 2017년 공동 21위였다. 번번이 잘하고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아쉬움을 씻어냈다.
박인비는 한국인 LPGA 투어 최고령 우승 타이기록도 세웠다. 1988년 7월 12일생인 박인비는 이날 현지 기준으로 만 32세 8개월 16일을 맞았다. 지난해 2월 9일 ISPS 한다 빅 오픈에서 박희영(34)이 한국인 최고령 우승 신기록을 기록했을 때와 같은 나이다.
올림픽 2연패 도전에도 파란불을 켰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올해 도쿄올림픽 출전도 사실상 예약했다.
도쿄올림픽에는 6월 말 세계랭킹 기준으로 한 나라에서 상위 2명씩 출전할 수 있다. 세계랭킹 15위 내에 2명 이상의 선수가 들어 있는 나라는 15위 내에서 최대 4명 나갈 수 있다.
박인비는 세계랭킹 4위로,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 2위 김세영(28)을 이어 3번째로 랭킹이 높아 안정권에 있다. 세계랭킹 8위 김효주(26)가 뒤를 잇고 있다.
다음 주(4월 2∼5일)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에 대한 희망도 부푼다. 박인비는 "대회 전에 아버지께서 내가 이번 주(KIA 클래식)와 다음 주(ANA 인스피레이션) 대회에서 우승하는 꿈을 꾸셨다고 얘기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는데, 꿈의 절반이 맞아떨어진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포피스 폰드에 뛰어들어 몸을 씻고 싶다"며 "다음 주가 정말 기대된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