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틀수록 적자"라던 드라마들의 돌파구가 일단은 찾아졌다. 한국의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여고생, 중국 브랜드의 광고가 적힌 버스 정류장 광고판까지 곳곳에 등장하는 중국 브랜드의 PPL이 제작비의 빈틈을 메워주는 중이다.
등장할 때마다 시청자들의 눈에 띄며 눈총을 받는 것이 바로 중국 자본의 PPL이지만, 제작진 역시 이를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중국자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드라마 시장은 적자폭이 점점 증가해왔고, 급기야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한 해에 방송되는 드라마 편수를 줄이는 등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완벽한 흥행을 거뒀던 작품들도 광고 완판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회당 평균 1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는 것은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 아니게 됐다.
이에 한국 드라마에 손을 뻗은 중국의 줄을 잡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석이다. 특히 최근 뿐만 아니라 과거 다수 드라마들에 중국의 PPL이 등장했던 것이 재차 회자되기도 했다.
2014년 방송됐던 SBS '쓰리데이즈'에서는 타오바오의 앱이 등장했고, 같은 해 방송된 SBS '닥터 이방인'에서도 타오바오와 중국의 칵테일 브랜드인 RIO의 제품이 등장했다. KBS2 '프로듀사'에도 중국 음료수가 등장했으며, MBC 'W' 등에도 중국 과자가 나왔다. tvN 또한 대작으로 손꼽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사랑의 불시착' 등에 중국 유통업체의 홍보 포스터와 포장박스 등을 등장시켰던 것 등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 tvN '빈센조'에도 중국산 비빔밥이 PPL로 등장해 질타를 받았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에 대해 자신의 SNS에 "드라마 제작비 충당을 위해 선택한 상황이겠지만, 요즘 같은 시기엔 정말로 안타까운 결정인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자본을 받아들이는 것 뿐만 아니라 중국에 원작이 있는 콘텐츠를 한국 내에서 리메이크하면서 불편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 최고 시청률 17%를 기록하며 종영한 tvN '철인왕후'는 중국의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현대의 남성이 과거로 돌아가 왕비가 된다는 소재를 사용했다. 그러나 문제는 '태자비승직기'에 등장한 대사들에 혐한 요소가 존재했다는 것. '빵즈'나 '한국의 성형'을 언급하는 대사를 사용했던 원작을 굳이 한국 드라마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조선왕조실록 지라시' 등의 대사들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철인왕후' 측이 이를 사과하기는 했지만, 제작사인 YG스튜디오플렉스에 텐센트와 상하이펑잉 등 중국 자본이 투자했다는 점이 또 다시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다. 여기에 '철인왕후'를 쓴 박계옥 작가는 최근 중국의 쟈핑픽처스와 작품 계약을 맺은 상황. 중국에 본사를 둔 쟈핑픽처스는 한국 유명 작가들과의 직접 계약을 시작으로 한국과 중국 내에 드라마를 동시 방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단순 PPL뿐만 아니라 콘텐츠 전반에 대한 중국의 투자 역시 발빠르게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중국 텐센트는 JTBC스튜디오에 거금 1000억원을 투자하며 본격적으로 한국 내 드라마 제작에 손을 뻗기 시작했고,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국내 주요 엔터사들에도 지분을 차지하며 국내 엔터산업을 장악하는 중이다. 또한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 등을 중국에서 방영하며 시청자를 모았던 중국 내 OTT 플랫폼인 아이치이는 국내 방영되는 드라마들의 단독 방영권을 가져가는 등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PPL과 단순 제작비 지원 등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도래했다.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 중인 중국 자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활발하게 이어지던 대만의 콘텐츠 제작이 몰락했고, 할리우드에서도 중국의 자본을 대거 받으며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상황. 지난해 '뮬란' 등도 중국 자본의 침투 이후 관객들의 혹평을 받았던 만큼 국내 시청자들의 시각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한 제작 관계자는 "제작비에 대한 부담이 국내 제작 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가운데, 통큰 투자를 해오는 중국의 자본이 당장은 반가울 수는 있다"면서도 "국내에서도 중국의 역사왜곡과 동북공정 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의 콘텐츠를 자본으로 잡아먹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