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배우 유아인과 라미란이 제41회 청룡영화상에서 남녀주연상을 받았다. 진지하면서도 위트 있는 두 사람의 수상 소감 덕분에 시상식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졌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박정민은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절친 故박지선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혀 뭉클함을 자아냈다.
9일 오후 9시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는 제41회 청룡영화상이 개최됐다. '청룡의 여신' 김혜수와 3년 연속 '청룡의 남자'로 낙점된 유연석이 공동 MC를 맡았으며, SBS와 네이버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올해 시상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최 이래 처음으로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유아인은 영화 '소리도 없이'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5년 영화 '사도'에 이어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은 유아인은 이날 청정원 인기스타상까지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함께 후보에 올랐던 선배 이병헌과 악수를 나눈 후 무대에 오른 유아인은 "최근에 이병헌 선배님과 촬영 현장에서 무대 공포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병헌 선배님도 무대에 올라오면 너무 긴장되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관객, 다른 배우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지 얼마나 우리가 좋은 말을 전할 수 있을지 무대가 참 무겁다고 해주시는 말씀 들으면서 참 못했던 그동안 나의 시간들을 돌이켜보고 위로도 됐다. 여기 계신 많은 선배님들께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여러분들이 곧 나의 영감이었다. 내가 배우로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오랫동안 내 앞을 지켜주셨던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크게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 '소리도 없이'에 대한 애정과 연기를 향한 진심을 드러냈다. 극 중에서 한마디 대사 없이 표정과 행동만으로 인생 캐릭터를 연기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입증한 유아인은 "소리도 없이'가 알려진 것처럼 저예산의 아주 독특한 스타일의 희한한, 말그대로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 영화라는 평을 많이 받았는데 배우로서 한해한해 지날수록 내가 어떤 작품에 참여해야할지에 대한 고민들이 참 커지는 거 같다"고 털어놨다.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했던 과거 자신을 돌아보던 유아인은 소감이 길어지자 "또 이러고 있다. 근데 나 아니면 여기서 누가 웃기냐. 내가 해야죠"라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홍의정 감독이 주신 제안은 배우로서의 처음 시작을 상기하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위험한 요소들도 많고 상당히 저예산으로 진행되는 만큼 현장에서도 고생할 거 같고, 영화의 퀄리티가 보장될 수 있을까란 우려가 있었지만 작업에 임하면서 가장 큰 가치로 두었던건 새로움이고 감독님이 가진 윤리의식이었다"며 "영화라는 것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아시는 분과의 작업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 어디에서든지 어떤 분들에게든지 사용당할 준비가 되어있다. 마음껏 가져다 써라. 배우로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영화 '정직한 후보'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라미란은 "나한테 왜 이러냐"며 재치 있는 말로 소감을 시작했다. 애써 눈물을 참던 그는 "코미디 영화여서 사실 노미네이트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왜 상을 주고 그러냐"며 울컥했다. 이어 "34회 때 조연상 수상했는데 그때 다른 곳에서 상 받으면서 우스갯소리로 '다음에는 주연상으로 인사드리겠다'고 했는데 노미네이트 되자마자 받아버렸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작년에 우리가 너무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작은 웃음이라도 드린 것에 많은 의미를 주시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청룡에서 코미디 영화가 상을 받다니 정말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정직한 후보' 속 주상숙이란 인물이라면 이런 수상소감 했을 거 같다. '배우라면 주연상 한 번쯤은 받아야죠?'"라며 틈새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내 "좀 웃으시라고 한 건데"라며 민망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안겼다. 라미란은 "사실 정직한 후보2' 찍으려고 하고 있다. 정말 죄송하지만 내년에도 여러분들의 배꼽 도둑이 되어보겠다. 앞으로 또 다른 배우로서 다음에도 꼭 주연상 받으러 오겠다. 감사하다"며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유쾌한 매력을 드러냈다.
남우조연상은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박정민이 수상했다. 그는 "진짜 예상을 못 했다. 예상은 못 했지만 아주 작은 기대 정도는 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이 마이크 앞에서 딱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할 수 있다면 했을 때 딱 한 분이 떠올랐다"며 "사실 이 얘기를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 영화를 촬영할 때 내게 항상 '괜찮냐'고 물어봐 준 친구가 한 명 있다. 늘 나의 안부를 물어주고 궁금해 해주던 친구가 작년에 하늘나라로 갔다"며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박지선을 언급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고인과 절친했던 박정민은 "내가 아직 그 친구를 보내지 못했다. 내가 만약에 상을 탄다면 괜찮냐고 물어봐 주지 못한 거에 대해서 사과하고, 하늘에서 보고 있는 그 누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열심히 최선 다해서 연기하겠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이 상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욱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밝혔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이솜은 "정말 몰랐다. 이렇게 큰 상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저희 영화 개봉하기까지 힘써주신 분들이 많다"며 고마운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애정이 식지 않을 거 같다. 그 이유는 아마도 현장이 너무 좋다. 지금도 목표 이루기 위해서 고생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 존경스럽고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난 내가 좋아하는 현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성장하고 준비하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녀신인상은 '버티고'의 유태오와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강말금이 받았다. 유태오는 "정말 마음을 비우고 왔다"며 "내 인생에서 신인 연기상을 받는 게 처음이고 마지막일 거다. 그래서 오늘 이 순간을 평생 잊지 않겠다"며 가슴 벅찬 소감을 밝혔다. 강말금은 "귀한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오래전부터 어떤 사람의 꿈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통해서 그런 경험을 하는 행운을 누렸다. 3년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촬영, 개봉까지 아주 행복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글을 끝까지 쓰고 영화를 끝까지 만든 김초희 감독님께 가장 크게 감사드리고 싶다.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가장 큰 힘이 되어주신 윤여정 선생님께도 감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다음은 제41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명단이다.
▶최우수작품상=남산의 부장들
▶감독상=임대형(윤희에게)
▶남우주연상=유아인(소리도 없이)
▶여우주연상=라미란(정직한 후보)
▶남우조연상=박정민(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여우조연상=이솜(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신인감독상=홍의정(소리도 없이)
▶신인남우상=유태오(버티고)
▶신인여우상=강말금(찬실이는 복도 많지)
▶각본상=임대형(윤희에게)
▶촬영조명상=홍경표(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편집상=한미연(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미술상=배정윤(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음악상=달파란(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기술상=진종현(백두산·시각효과)
▶최다관객상=백두산(덱스터 스튜디오)
▶청정원 인기스타상=유아인, 정유미
▶청정원 단편영화상=이나연, 조민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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