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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시선]와이번스 인수 신세계의 돔구장 청사진,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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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의 청사진에 야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최근 SK텔레콤에 1352억8000만원을 지불하고 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주식 1000억원, 야구 연습장 및 토지, 건물 매입 비용이 352억원이다. 신세계그룹은 MOU를 발표하면서 '돔을 비롯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반쪽짜리 돔'이라는 달갑잖은 위상에 그치고 있는 고척스카이돔을 대체할 새로운 돔구장 건립 여부에 야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왜 굳이 '돔'일까

'돔구장 건립'은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앵무새처럼 되뇌는 문구다. 구도심 재생, 지역 상권 발전, 스포츠-공연 유치를 통한 수익 창출 등 갖가지 미사여구가 동원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공수표'다. 최근 10년 동안 수많은 선거에서 신구장, 돔구장 건립 공약이 우후죽순 쏟아졌지만, 실제 추진 사례는 대전 단 한 곳뿐이다.

기업 차원의 야구장 건립은 이야기가 다르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자금이 투여됐고, 건립도 척척 이뤄졌다. 삼성그룹(삼성 라이온즈·대구 라이온즈파크), 현대자동차그룹(KIA 타이거즈·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NC소프트(NC 다이노스·창원NC파크) 모두 소유 구단의 필요성, 지역 사회 공헌 차원에서 건립을 추진해 약속을 지켰다. 정용진 부회장이 주도한 '톱 다운 방식'으로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의 돔구장 건립 추진 의지도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돔구장은 개방형 야구장보다 건립 비용이 최소 두 배 이상 소요된다. 수 천억원의 자금이 투여되는 돔구장 건립은 대기업이라고 해도 큰 결심 없이는 시도할 수 없는 영역. 이럼에도 신세계그룹이 '돔구장 건립'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뭘까.

신세계그룹이 와이번스 인수 MOU에서 표방한 '즐기는 야구로의 전환'에 답이 있다. 야구장이라는 공간에 신세계그룹 내 산재한 유통, 쇼핑, 식음료 프랜차이즈를 하나로 끌어모아 수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것. 미국, 일본 등 이미 많은 돔구장이 같은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돔구장 건립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야구 외 산업 유치'가 필수요소로 거론됐다.

백화점, 마트 등 내수 수위권의 주력사업이 다양한 신세계그룹은 계열사만 동원해도 이런 조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하남, 고양에 각각 세운 스타필드로 이미 위력을 입증한 바 있다. 개점 당시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온라인 시장 환경에서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대형몰 투자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그러나 개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타필드' 브랜드로 지역 상권을 휘어잡았고, 브랜드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신세계그룹은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바꿔 야구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신세계가 보는 돔구장은 '야구를 위한 경기장'이 아닌 '야구장이 더해진 또 하나의 스타필드'인 셈이다.

▶진짜 '돔'이 생길까

때문에 신세계그룹의 돔구장 청사진을 단순히 '공수표'나 '장밋빛 그림'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돔구장 건립 시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넘어 야구-공연-콘서트-국제행사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끌어모으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스타필드 청라'를 건설 중이다. 일각에선 이곳에 돔구장이 건립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의 발표 뒤 계양, 송도 등 인천 지역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문제는 돔구장을 과연 계획대로 지을 수 있느냐다. 부지 매입과 선정, 건립 등 다양한 과제 속에서 지역 사회, 정치권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역상권 황폐화', '교통대란', '환경파괴' 등 네거티브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그룹이 원했던 그림과는 다른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앞서 건립된 고척돔의 예만 봐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돔구장 건립이 이뤄져도 신세계그룹의 생각대로 활용될지 불투명하다. 돔구장을 건립해 소유할 수는 있지만, 현행법상 비업무용부동산으로 분류돼 중과세를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실제 건립하더라도 '건립 후 지자체 기부채납'이라는 다른 신축 경기장 코스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이 그리는 돔구장 청사진은 '야구장 내 부대시설'이 아니라 '복합쇼핑몰 내 야구장' 개념이기에 세율 정립부터 난제가 될 수 있다. 지자체 기부채납 후 사업권 임대를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부대 사업 규모는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 계획대로 쇼핑센터 내에 돔구장이 들어가는 형태가 될 시에도 관련 건축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와이번스가 그동안 활용했던 문학구장도 걸림돌이다. 문학구장은 2002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메이저리그식 경기장이다.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구장 시설은 수위급으로 분류된다. 2만3000명의 수용 능력을 자랑한다.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치를 때마다 인천에 지어진 신축 경기장이 대회 후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신축구장 반대, 문학구장 활용 내지 리모델링' 등의 여론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