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착용하는 아이에게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되도록 6~12개월에 한 번 정도는 안과를 방문해 아이의 시력과 안경의 도수가 맞는지 확인하고, 렌즈나 안경테의 상태도 종종 점검해줘야 한다. 특히 사시나 약시가 있는 아이는 안경 착용이 치료방법 중 하나일 수 있기 때문에 더 챙겨야 한다.
아이가 굴절이상이 있을 때 교정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하는 처방이 안경 착용이다. 안경은 콘택트렌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착용하기 쉽고 위생관리가 편해 보호자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에게 맞지 않는 안경은 오히려 시력발달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보호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시력은 보통 7세까지 급격히 발달하고 그 이후에는 더디어져 평생 시력이 완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기 아이가 맞지 않는 도수나 흠집 난 렌즈의 안경을 장기간 쓰면 시력저하, 약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본인 굴절력에 비해 근시 도수가 높은 안경을 착용할 경우, 원거리 시력은 향상될 수 있지만 근거리 시력은 떨어진다. 성장기 아이가 과교정된 안경을 착용하고 근거리 사물을 바라보면 수정체 조절 자극이 커지게 되는데, 이는 시력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필요 이상 높은 도수의 안경을 계속 착용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안경에 익숙해져 눈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아이들은 시력저하가 있어도 불편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칠 가능성도 커진다. 안구의 조절근이 초점을 맞추느라 계속 일을 해서 생기는 증세인 조절눈피로와 같은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본인 굴절력에 비해 근시 도수가 낮은 안경을 착용할 경우, 근거리 시력은 향상되고 원거리 시력은 떨어진다. 보통은 좌우 양쪽 눈이 협력해 사물을 보는데 저교정된 안경을 착용하면 이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빛을 받아들이는 부분인 중심와에 있는 시세포, 시신경 및 후두엽의 기능발달을 방해해 약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만 5세의 어린아이가 안경을 교체한 뒤 안경을 잘 쓰려 하지 않고 불편을 호소하자 보호자가 아이와 함께 김안과병원에 내원했는데, 확인해본 결과 시력에 맞지 않은 안경을 6개월 이상을 착용해 약시치료가 잘 되지 않아 안경을 교체하고 시력이 호전되었던 사례가 있다.
그럼 어떨 때 안경교체를 고려해봐야 할까? 먼저 아이가 머리를 돌려 곁눈으로 사물을 보거나 안경 착용을 피한다면 안과를 방문해 안경을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안경을 바꾼 직후에는 계단이 휘어져 보이거나 바닥이 낮게 보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도수를 재확인해야 한다. 아이들은 안경이 불편한 경우, 불편하다고 호소하지 않고 안경을 잘 쓰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보호자는 도수에 맞지 않는 안경을 착용한 아이가 불편을 호소하기 전에 아이들의 행동에 관심을 두고 살펴보아야 한다.
안경 렌즈의 상태 역시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렌즈의 흠집 자체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한 부분에 집중적으로 흠이 생기면 시야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빛이 균등하지 않게 퍼져서 눈으로 들어오게 되므로 눈부심이 유발되고, 눈이 쉽게 피로 해지며 시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자외선과 전자파 등을 차단해주는 렌즈의 코팅이 벗겨지면서 각막에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김대희 전문의는 "안경은 소아기 근시, 약시 및 사시를 치료하는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이지만, 환아와 맞지 않는 안경을 착용하면 약시 등의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성장기 아이의 안경 착용은 보호자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며, 특히 의사 표현이 어려운 저학년 이하 자녀를 둔 보호자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