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해 이맘때 롯데 자이언츠 안팎엔 희망이 감돌았다.
14년 만에 최하위로 굴러떨어진 아픔은 오간 데 없었다. 프런트-현장 대변화와 프로세스 정립, 스토브리그에서의 전격전으로 핫한 겨울을 보냈다. 원년 구단 롯데가 명가 수식어를 곧 되찾을 것처럼 보였다.
롯데는 1년 동안 래리 서튼 감독이 주축이 된 퓨처스(2군)팀에서 메이저리그식 육성으로 미래 자원들의 성장에 주력했다. 그 결과 이승헌(22)과 최준용(19)이 1군에 안착했고, 오윤석(28)도 가능성을 증명했다. 김민수(22)도 퓨처스 남부리그 타점왕을 차지했다. 1군에선 허문회 감독이 주도한 루틴 정립과 멘털 케어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하지만 그림자가 컸다. 스토브리그에서 의욕적으로 데려온 최민재(26) 지성준(26), 포지션을 바꾼 고승민(20)과 강로한(28)은 1군에 안착하지 못했다. 김민수는 퓨처스에서의 맹활약에도 1군에서 경쟁력을 증명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베테랑 장원삼(37)과 고효준(37)은 기대를 밑도는 활약 끝에 결국 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최종 성적은 71승1무72패. 롯데는 성공 지표로 삼았던 5할 승률을 달성하지 못했고, 5강 진입에도 실패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라운드 바깥에서 벌어졌다. 프런트-현장 갈등은 롯데의 올 시즌 노력을 무색케 할 만큼 두드러졌다. 2군 추천, 웨이버 공시 등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양새가 이어졌다. 허문회 감독은 내부 불만을 외부에 스스럼없이 표출하며 논란을 생산했고, 성민규 단장은 이런 현장의 엇박자를 사실상 방관하며 논란을 키웠다. 접점을 찾기 위한 시도 없이 1년이 흘렀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내적으로 꼬인 롯데의 실타래는 1년 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실패로 낙인찍을 수 없는 2020년이지만, 성공, 기대보다는 우려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 수밖에 없었던 한 해였다.
2020년 끝자락에 선 롯데의 모습은 1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시즌 말미부터 선수단 개편 작업을 펼쳤지만, 떠들썩하던 예전의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내야수 신본기, 투수 박시영을 KT 위즈에 내주고 군 복무 중인 최 건과 2차 3라운드 지명권을 얻은 것과 외국인 투수 앤더슨 프랑코를 데려올 때 반짝했을 뿐이다. 코치진 개편, 이대호와의 FA 계약, 연봉 협상 등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도 있다. 조용하게 스토브리그를 보내는데 주력하는 눈치다.
새 시즌 롯데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5할 승률 달성과 5강 진입이 1차 목표로 거론된다. 롯데가 1992년 이후 28년 간 대권을 쥐지 못하는 사이,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이웃의 NC 다이노스는 리그 참가 8시즌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를 동시에 제패하는 통합우승을 일궜다. '구도' 부산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과거, 이제는 라이벌이 아닌 '한 수 위'를 인정해야 할 NC를 바라보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가을야구의 꿈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됐다.
'초보 딱지'를 떼는 2021년 롯데는 과연 어떤 성과를 바라볼까. 장기 프로세스 정립의 밑바탕으로 지목했던 2020년의 성과를 새 시즌 결과물로 입증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과정을 갖고 있다고 해도 결국 프로의 세계는 모든 것을 성과로 말한다. '용두사미'로 끝났던 2020년의 아쉬움이 새해에 반복된다면, 롯데를 향한 인내도 결국 한계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좌충우돌했던 2020년의 기억은 과연 새 시즌 성공의 타산지석이 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