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 'TV는 사랑을 싣고' 이순재가 61년 만에 대학시절 친구와 재회했다.
30일 방송된 KBS 2TV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국민 배우 이순재가 60여 년 전 연락이 끊긴 친구를 찾았다.
연기 인생 65년 차에 접어든 이순재는 영화, 드라마, 연극은 물론 예능까지 섭렵하며 대한민국 연예계의 역사를 만들어 온 원로 배우. 이순재는 현재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가는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순재는 서울대학교를 함께 다녔던 친구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인상이 남는 친구다. 외적인 조건을 전혀 신경 안 썼다.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친구였다"며 "이름은 채조병이다"고 했다.
이순재는 "졸업하고 나서 행방을 모른다. 늘 머리에 남는 친구다. '살았으면 한번 만나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했다.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1938년 조부모님과 함께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고. 어린시절에는 일제강점기와 광복을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한국 전쟁을 겪는 등 그야말로 한국 근현대사의 산증인이다.
이순재는 "6월 25일날 수영복을 사러 갔다. 사가지고 나오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 26일날 학교를 갔더니 하늘에 비행기가 떴다. 선생님이 집으로 가라고 하더라"며 "27일날 피난을 내려왔다"고 떠올렸다.
이후 이순재는 대학로에 있는 구 서울대학교 터와 대학 시절 낭만이 살아있는 다방을 둘러보며 추억에 빠졌다.
한국 전쟁이 끝나고 서울대학교 철학과 54학번 대학생이 된 이순재는 3학년 무렵 연극부에 입부하면서 배우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고. 이순재는 "56년에 연극을 시작했는데 78년도에 출연료를 처음 받았다"며 돈과 명예보다 꿈을 쫓았던 청년 이순재의 이야기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순재는 아내와의 설렘 가득한 러브스토리도 공개했다.
당시 배우로 활동 중이었던 이순재는 고등학생이었던 처제의 연기를 가르쳐 주다가 지금의 아내와 인연이 닿게 됐고, 삶은 계란 두 개로 시작된 썸은 이후 평생의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이순재는 "처제가 연기상을 탔다. 장인이 저녁을 사주고, 집사람한테 영화를 보라고 영화표 값을 주더라"며 "갚야야 하니까 왔다갔다가 하니까 정이 쌓였다"고 했다. 그러나 1960년 초 해외 무용 공연을 떠야야 했던 아내. 이순재는 "스케줄을 파악해서 미리 편지를 보냈다. 그것 때문에 집사람도 마음이 통한거다"고 떠올렸다.
이순재는 채조병과 친해진 계기도 떠올렸다. 이순재는 "고등학교 동문이고, 다른 친구까지 세 사람이 동기였다. 늘 가깝게 지냈다. 나는 3학년 때문에 연기에 집중하다 보니까 그때부터 같이 있을 시간이 없었다"며 "대학교 이후로 본적이 없다. 마음 속으로는 늘 같이 있었던 친구다"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한편 추적실장 서태훈과 제작진이 단서를 찾기 위해 서울대학교 철학과 사무실을 찾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등 60여 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더군다나 어렵게 찾아낸 친구의 아내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난감한 기색을 내비쳤고 이를 들은 이순재는 "나이가 있으니까 조심스럽다"며 여든 중반의 친구에게 행여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시도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했다.
친구의 결혼식 장소에 도착한 이순재는 친구의 이름을 불렀고, 그때 친구가 등장해 반가움의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1959년 결혼식 이후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두 사람은 "정말 반갑구나"며 인사했다. 친구는 "오랜만에 보니까 정말 반갑다. 내 결혼식날 바로 옆에 있었다. 친했다는거다"며 웃었다.
이순재는 친구와 장소를 옮겨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는 "드라마를 많이 봤다. 그런데 귀가 나빠지고 대화를 못 알아들으니까 드라마는 안 보고 '꽃보다 할배'를 재미있게 봤다"면서 "광고도 잘 안 보는 데 딱 하나 보는 게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이라며 이순재의 광고를 따라해 웃음을 안겼다.
이후 두 사람은 옛 시절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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