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맡겼어야 했다.
역사 강사 출신 방송인 설민석이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개인 유튜브 활동까지 중단했다. 한 매체가 설민석이 2010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제출한 역사교육한 석사 눈문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연구'가 타 논문들이 짜집기 된 표절 논문이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설민석은 이에 대해 "논문을 작성하며 연구를 게을리하고, 다른 논문들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인용과 각주 표기를 소홀히 했음을 인정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과오이자 교육자로서 안일한 태도"라며 "내 강의와 방송을 믿고 들어 준 모든 분들, 학계에서 열심히 연구 중인 학자, 교육자들에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설민석에 관련된 논란은 지난 19일 방송된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2회 방송분에서 시작됐다. 설민석은 이날 방송에서 이집트와 로마 문명,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에 대해 강의했다. 하지만 방송 이후 권위있는 이집트 문명 전문가이자 고고학자인 곽민수 소장이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면서 설민석의 잘못된 강의 내용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이전 편인 독일 나치 역사 편에 대한 오류도 언급했다. 설민석이 유튜브 채널에서 설명한 재즈와 R&B의 역사 또한 문제가 됐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는 설민석의 유튜브 내용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나 다름 없는 설명"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논란 이후 설민석에 대한 네티즌의 신뢰도는 급하락했고, 그의 강의의 신뢰성에 대한 의심도 치솟았다. 온라인상에는 역사가 아닌 연극영화과 전공이었던 그의 대학 스펙이 재조명됐고 그에 대한 의심은 결국 논문 표절 논란으로 제대로 폭발했다.
사실 이 같은 논란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한국사 강사인 설민석이 세계사 강의를 맡게 됐다는 것부터 한계가 있었다. 약사에게 약 조제 뿐만 아니라 진료까지 맡긴 셈이다. 그가 한국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는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은 방송 2년 동안 단 한 차례의 논란도 없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방송 출연 이전부터 수험생들 사이에서 이미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설민석은 2016년 MBC '무한도전' 역사 관련 특집 편에 출연해 예능인을 휘어잡는 입담과 센스로 단숨에 방송가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후 강의 및 역사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 단골 출연자가 되면서 에듀테이너(에듀케이션+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활약했다.설민석의 인기가 치솟자 방송가들은 설민석을 만능 튜터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tvN은 교양 예능 프로그램 '책 읽어드립니다: 요즘 책방'에서 스테디셀러 책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강독 선생님으로 설민석을 내세웠다. 설민석의 전공 분야인 역사가 아닌 과학, 우주, 심리학, 마케팅, 미술사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다뤘지만, 이 모든 책의 강독 및 요약을 설민석이 맡는 이해하기 힘든 진행이 1회부터 종영하는 40회까지 계속됐다.
방송 당시에도 일부 시청자가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팩트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방송에 참여하고 강의를 이어간 설민석의 잘못도 크지만, 설민석을 모든 분야의 전문가처럼 이용하려고 했던 방송사 역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승미 기자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