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2020년 가요계는 기쁨과 충격이 공존한, 카오스 시대였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K팝스타들이 미국 빌보드를 호령하는 등 승전고를 잇달아 울렸다. 음반 판매량은 4000만장을 넘어섰고, 전세계에서 K팝이 주류 음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TV CHOSUN '미스트롯'에 이은 '미스터트롯'의 인기로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됐던 트로트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으며 장르 다양화도 이뤄졌다. 그러나 인기 스타들의 범죄행각이 알려지며 얼굴을 붉혔고, 코로나19 쇼크로 가요계 전반이 마비되기도 했다. 희로애락이 공존했던 2020년 가요계를 되짚어봤다.
▶방탄소년단→슈퍼엠-블랙핑크, 美 뒤흔든 기적의 K팝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를 뒤흔들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에서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최초로 2회 연속 1위를 달성하는 대기록을 썼다. '다이너마이트'는 역주행 신화까지 쓰며 전세계 히트곡 반열에 올랐다. 이 기세를 몰아 방탄소년단은 피처링 참여한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 리믹스 버전으로 '핫100'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정규앨범 '비(BE)'까지 '핫100'과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를 동시에 거머쥐며 명실상부 월드스타임을 입증했다. 특히 타이틀곡 '라이프 고스 온'의 '핫100' 1위는 세계가 놀란 새로운 역사였다. 한국어 노래가 이 차트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또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카 뮤직 어워즈'에 이어 '그래미 어워즈' 2개 부문 후보로도 노미네이트돼 전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방탄소년단에 이어 슈퍼엠도 비상했다. 슈퍼엠은 첫 정규앨범 '슈퍼원'으로 '빌보드 200' 2위를 차지했다. 또 블랙핑크는 첫 정규 앨범 '디 앨범'으로 K팝 걸그룹으로는 최초로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차트 2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NCT 세븐틴 이달의소녀 에스파 스테이씨 등이 빌보드 차트를 강타하며 K팝의 위용을 떨쳤다.
이들의 성과는 피지컬 앨범 판매로 이어졌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따르면 올해 연간 음반 판매량은 4000만장 돌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2500만장에서 60%가량 늘어난 결과다. 밀리언셀러 아티스트만 해도 방탄소년단 세븐틴 NCT 블랙핑크 NCT127 트와이스 아이즈원 백현(엑소) 등 8팀에 달한다. 2001년 김건모와 god 이후 맥이 끊겼던 밀리언셀러의 부활이다.
수출 음반량이 급증했다는 것에도 주목할만 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수출된 음반은 1억2300만 달러(약 1353억원) 어치로 전년 동기간 대비 78.2% 늘어났다. 수출대상국가도 110여개국으로 증가했다. 이중 미국의 K팝 음반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7%나 늘었고, 대륙별 음반 수출량 중 비아시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7.4%에서 올해 24.2%까지 확대됐다.
▶트로트 신드롬, 임영웅 뜨고 홍진영 지고
올 한해 가요계의 가장 큰 변화는 트로트의 약진이라 볼 수 있다. '미스터트롯' 신드롬을 타고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우승자 임영웅은 '국민아들'이란 타이틀 아래 전국민적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고, 영탁 이찬원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등 톱6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트바로티' 김호중은 각종 논란에도 초동 50만장을 기록하는 등 군입대에도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트로트계에도 오점이 생겼다. 트로트 가수 홍진영이 석사논문 표절로 구설에 올랐다. 홍진영은 애초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나, 해당 논문은 표절로 최종 결론 내려졌다. 홍진영의 석·박사 학위는 취소됐고, 홍진영 또한 뒤늦게 표절을 인정했다. 이 여파로 홍진영은 SBS '미우우리새끼',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등 출연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다.
▶드리운 먹구름, 코로나19 쇼크→여전한 범죄
꽃길만 계속될 것 같았던 가요시장에도 먹구름은 드리웠다. 전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쇼크가 가요계를 집어삼켰다. 초신성 윤학, 이찬원, 청하, 업텐션 등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고, 이들과 접촉하거나 동선이 겹쳤던 이들이 대거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미스터트롯' 톱6 전국투어, 자우림 등 수많은 가수들의 공연이 잇달아 취소 혹은 연기됐고 전세계를 호령하던 방탄소년단 세븐틴 트와이스 등의 월드투어도 취소됐다.
8월 공개된 'KOCCA 포커스'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전 상영장과 공연장 콘텐츠 이용 비중은 11.71%였으나 5월 기준 3.6%로 대폭 감소했다. 한국 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10월 총 754건의 공연이 취소돼 약 1381억원의 손해액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활로가 막힌 상황에서 '온택트'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함께 올 4월 '비욘드 라이브'를 론칭,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슈퍼엠 웨이션브이 NCT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온라인 공연을 추진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6월 실시간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를 개최, 191개국에서 99만3000여명의 시청자를 불러모았다. 이밖에 아이즈원 펜타곤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등 수많은 가수들이 온라인 콘서트와 팬미팅으로 팬들과 간접 소통했다.
이처럼 '온택트'가 가요계 '뉴노멀'로 자리잡는 분위기지만, 단점도 상당하다. 플랫폼이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정작 기획사는 큰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고, 그나마도 강력한 팬덤을 거느린 인기 아이돌이 아니면 수익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여전한 범죄와의 전쟁은 K팝의 명성에 누를 끼쳤다.
래퍼 노엘은 술에 취해 벤츠 차량을 몰다 오토바이와 충돌, 지인에게 대신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을 부탁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AM 임슬옹도 빗길 교통사고로 보행자를 사망케 하는 사건이 있었다. B.A.P 출신 힘찬은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음주운전을 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김건모는 3월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김건모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자라 주장한 A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무고죄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김건모를 검찰에 송치했다.
마약 스캔들도 잇달아 터졌다. 휘성은 수면마취제류를 투입한 뒤 실신한 채로 발견돼 팬들을 놀라게 했다. M.I.B 출신 영크림은 대마초 흡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혐의를 인정했다. 메킷레인레코즈 소속 나플라 루피 블루 오왼 등은 무더기로 마약 혐의로 적발돼 충격을 안겼다.
도박 사건도 있었다. 초신성 윤학과 성제는 필리핀 불법도박 혐의로 입건됐고,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불법도박을 한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빅뱅 전 멤버 승리도 해외원정도박 성접대 등 8개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