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G 트윈스 2년차 우완투수 이정용은 지난 7월 24일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입단 2년 만에 등판한 감격적인 1군 무대 데뷔전이었기 때문.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0으로 앞선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정용은 8회까지 2이닝 동안 2안타만을 내주고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역투를 펼쳤다.
이정용은 지난해 신인 1차 지명을 받고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기나긴 재활로 프로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올해 복귀를 앞둔 그에게 수술 후 과연 기대만큼 가능성을 보여줄 지 주위에서 우려가 컸던 게 사실. 그러나 이정용은 1군 데뷔전을 치른 뒤 탄탄한 내용의 투구를 이어가며 LG의 주축 불펜투수로 떠올랐다.
7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생애 첫 홀드를 올린데 이어 8월 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첫 승을 따내며 승승장구했다. 이정용의 활용 가치를 인정한 LG는 그를 과감하게 필승조에 편입하며 성장을 도왔다. 올시즌 34경기에서 3승, 4홀드, 평균자책점 3.71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34이닝 동안 피안타율 2할4푼8리, WHIP(이닝당 출루허용) 1.35, 9이닝 평균 3.7볼넷으로 경기운영과 제구에서 안정감을 보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정용은 "마운드에 올라가면서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기뻤다. 재활 때 힘들었던 순간들이 생각났고 그 힘들었던 기억들을 떨치려고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면서 "첫 홀드는 사실 운좋게 아웃카운트 하나 잡고 기록했다. 물론 기뻤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더 잘해야 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데뷔 순간을 떠올렸다.
이정용이 자신감을 갖고 빠르게 1군 마운드에 적응해 나갔지만, 스스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는 "내 직구가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정말 자신 있었던 제구가 흔들릴 때가 많았던 점은 아쉬웠다. 기술 훈련 부족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기술 훈련에 신경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자율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이정용은 "올해는 재활을 마치고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는 것이 우선 목표였다. 지금은 기술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올시즌에는 기술 훈련을 많이 못해서 한계가 있었다. 기술 훈련을 열심히 해서 내년 시즌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 한 차례 등판해 볼넷 1개를 내주고 1실점해 아쉬움을 남겼던 이정용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다. 너무 잘 하려고만 했었던 것이 결과가 안 좋았다. 그때 경험으로 또 한번 반성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정용은 "아무래도 중간 투수라서 위기 상황에 올라갈 기회가 많다. 위기 상황에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나만의 결정구를 가지고 싶다. 떨어지는 변화구가 좋을 것 같다"면서 "내년에는 관리를 잘해서 개막전부터 던지고 싶다. 보직에 관해서는 팀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서든 던질 생각이다.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