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김하성의 행선지가 정해졌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29일(이하 한국시각) '샌디에이고가 한국인 스타 유격수 김하성과 4년 2500만달러(약 273억원)의 조건에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뉴욕포스트가 '김하성은 계약기간 4~5년간 총액 2000만달러대 후반에 계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뒤 샌디에이고 지역 유력지가 보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공개한 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한 가지 의문.
김하성의 종착지는 왜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아니었을까. 현지 보도에 따르면 토론토 역시 5년 이상 규모의 베팅으로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조건 상 크게 밀리지 않았다.
게다가 돈의 규모를 떠나 토론토는 김하성에게 장점이 많은 팀이었다.
우선 주전이 보장된다. 성장중인 젊은 내야수들로 구성된 토론토의 약점은 수비다. 특히 3루수를 보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수비가 불안하다. 시즌 중 1루수로 포지션을 옮겼을 정도다. 김하성은 주 포지션인 3루수나 유격수 주전으로 뛸 수 있었다.
또 한가지 '류현진 찬스'도 있었다.
메이저리그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있어 선배 류현진의 존재는 설명이 필요 없는 호재다.
1년 만에 팀 최고 에이스가 된 류현진의 팀 내 위상은 절대적이다. 팀 안팎의 평가도 좋다. 바닥을 기던 팀을 단숨에 상위권 전력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 류현진의 적극적 도움으로 팀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다. 현지에서는 최근 류현진과 김하성의 저녁식사를 두고 '토론토행'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반면, 샌디에이고에서는 주전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
월드시리즈 우승팀 LA 다저스와 같은 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는 윈나우 팀이다. 다저스를 넘어 우승을 꿈꾼다.
이에 발맞춰 최근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에릭 호스머, 지난해 매니 마차도, 시즌 중 마이크 클레빈저를 영입했다. 올 겨울도 마찬가지. 지난 28일 탬파베이 좌완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을 트레이드로 데려온 데 이어 김하성을 영입했다. 김하성 계약이 보도된 직후에는 시카고 컵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까지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샌디에이고는 내야수가 당장 급한 팀도 아니다. 특히 왼쪽 내야진은 들어갈 틈이 없다. 팀의 간판 매니 마차도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3루수와 유격수를 나눠 맡고 있다.
김하성에게 남은 찬스는 2루수. 이곳은 떠오르는 샛별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자리다.
크로넨워스의 외야 이동 가능성도 있지만 치열한 포지션 경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크로넨워스가 왼손 투수에 약한 좌타자인 만큼 플래툰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하성이 좌완 선발 상대로 선발 출전하며 유틸리티맨으로 활약할 경우 꾸준한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다.
김하성은 왜 이런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샌디에이고 행을 택했을까.
우선, 지리적 여건이다. 샌디에이고는 미국 내에서 가장 기후가 좋은 곳 중 하나다. 1년 내내 쾌적하고 온화하다. 그만큼 운동하기가 좋다. 한인 최대 커뮤니티가 있는 로스앤젤레스와도 가깝다. 한국에서 가족이 오가기도 수월하다.
둘째,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 여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하성은 샌디에이고로부터 빅리그 보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토가 빅리그 보장을 제시했는 지는 불투명하다.
셋째, 세금 문제다. 총액 2500만 달러 규모의 거액 계약. 당연히 세금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미국 내 각 주 별로 세금 차이가 크다. 샌디에이고가 속한 캘리포니아는 세금부담이 큰 주 중 하나다. 하지만 토론토에 비해 세금 부담이 더 큰 지는 계약금과 연봉 비율, 결혼과 거주자 여부 등 구체적 부분들을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계약 내용상 샌디에이고행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밖에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토론토의 불투명한 상황도 샌디에이고행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