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코로나19로 처참한 침체기를 맞이했던 2020년. 그럼에도 거장 봉준호는 "영화는 돌아올 것"이라며 희망을 이야기 했다.
봉준호는 27일(현지시각) 스페인의 유력 일간지 엘 문도와 인터뷰를 통해 2020년을 돌아봤다. 그는 코로나19로 할리우드 뿐 아니라 국내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취소 및 연기하고 극장이 최악의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에 대해 "때때로 내가 얼마나 낙관적인지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우리가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건 과장이다"라며 "친구들에게 나는 항상 똑같은 말을 한다. 코로나19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0년 가장 인상 깊은 장면에 대해 묻자 봉 감독은 미국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를 꼽았다. 그러면서 "'자연이 인류에게 복수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꽃이 모든 것을 삼키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두려움에 빠진다"고 말했다.희극과 비극이 공존하고, 농담과 모욕의 경계를 걷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작품들. 인터뷰어는 "모든 작품이 모호한 작품과 비교해 본인의 실제 성격은 어떠냐"라는 질문에 봉 감독은 "수줍음이 많고 우유부단하다"고 답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데, 내가 가진 이런 영구적인 난제가 내 영화 속에도 투영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의 첫 번째 마스터피스라고 불리는 '살인의 추억'(2003)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영화는 지난해 평생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의 진범 이춘재가 DNA 감식을 통해 특정된 후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봉 감독은 "신문에서 범인의 얼굴을 접했을 때 너무나 이상했다"라며 "영화를 제작하며 형사, 기자, 피해자 가족들 사건과 연관된 모든 사람을 만났지만 정작 가장 묻고 싶은게 많았던 범인만은 유일하게 인터뷰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각국의 시상식을 휩쓸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 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개 부문에 수상하며 오스카의 역사까지 바꿨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oc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