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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빼니까 또 지잖아" 교체아웃→실점, 리버풀전이 네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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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빼니까 또 지잖아."

'손샤인' 손흥민(28·토트넘)의 교체 아웃 후 토트넘의 승패가 바뀌는 기묘한 운명에 토트넘 팬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손흥민은 17일(이하 한국시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과의 원정 경기에서 천금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날 토트넘과 리버풀의 맞대결은 흔히 말하는 '승점 6점짜리' 승부였다. 12라운드까지 양팀은 나란히 승점 25점(7승4무1패)으로, 토트넘이 골득실차에서 앞서 박빙의 1위를 유지했다. 리버풀이 승리할 시 리그 1위를 되찾고, 토트넘이 승리할 시 선두에 쐐기를 박을 회심의 일전이었다.

2011년 5월 이후 지난 9년간 안방에서 토트넘에 한번도 진 적 없는 리버풀의 파상공세 속 토트넘은 전반 26분 모하메드 살라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0-1로 밀리던 전반 33분, 손흥민의 무한질주가 시작됐다. 지오바니 로셀소의 환상적인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상대 골문을 향해 질주했다. 알고도 못막는 손흥민표 강력한 역습, '원샷원킬'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골 직후 오프사이드 확인을 위한 VAR이 가동됐고, 테일러 주심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온사이드를 선언했다. 손흥민이 살라와 나란히 11호골로 득점 선두에 나섰다. 2015년 토트넘 입성 이후 통산 99호골로 100호골까지 단 1골을 남겨뒀다.

리버풀은 후반 내내 토트넘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선수비 후역습'에 최적화된 토트넘 수비에 막혔다. 무리뉴 감독은 1-1 무승부가 유력했던 후반 42분 마지막 교체카드를 썼다. 손흥민을 빼고 델레 알리를 투입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불과 3분 후인 후반 45분 리버풀의 결승골이 터졌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피르미누의 총알같은 헤더가 골망을 흔들었다. 17개의 슈팅, 11개의 유효슈팅, 76%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경기 운영을 한 리버풀과 8개의 슈팅, 2개의 유효슈팅, 24%의 점유율로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한 무리뉴의 운명이 90분만에 갈렸다.

손흥민의 동점골이 빛바랜 순간, 다잡은 승점을 놓치고, 1위까지 내준 토트넘 팬들은 '데자뷰'에 망연자실했다. 경기 직후 토트넘 일부 팬들이 '손흥민 교체 필패론'을 꺼내들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팬들의 주장대로 올 시즌 손흥민을 빼면 토트넘이 지거나 비기는 장면이 수차례 나왔다. 10월 19일 리그 5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3-1로 앞서던 경기에서 후반 35분 1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을 빼고 모우라를 투입한 후 3대3으로 비겼다. 지난 4일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린츠전에서도 2-1로 앞서던 후반 37분 손흥민을 빼고 알리를 투입한 후 2실점 끝에 3대3으로 간신히 비겼다. 9월 27일 뉴캐슬 전에서도 1-0으로 앞서다 손흥민 교체 후 1대1로 비겼다.

'Joel'이란 이름의 팬은 토트넘 공식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계정에 '손흥민 빼는 것 좀 그만!'이라는 한줄과 함께 손흥민 교체 후 승점을 잃어버린 3경기 라인업을 열거했다. 이날 리버풀전이 새로이 '업데이트'됐다. 또다른 팬('Spurs712') 역시 '제발 손흥민 좀 빼지 마. 우리 팀은 꼭 (손흥민)빼고 나면 위험에 처한다'는 한줄을 남겼다.

11명이 한몸처럼 뛰어야 사는 축구에서 '에이스 한 명 빠졌다고 해서 비기고 졌다'는 팬들의 논리는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다. 그러나 토트넘과 EPL에서 '승리의 파랑새' 손흥민의 존재감을 재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헌신적인 팀플레이, 가공할 스피드로 무리뉴의 '선수비 후역습' 전술에 최적화된 공격수 손흥민의 존재가 상대팀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특히 올 시즌에만 환상적인 눈빛 호흡으로 무려 리그 12골을 합작해낸 '월드클래스 듀오' 해리 케인과 손흥민 중 한 축의 부재는 상대 수비에게 심리적 안도감을 주고 자신감을 북돋우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클롭 리버풀 감독 역시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골 장면을 언급하면서 "역습 괴물(counterattacking monster)"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 토트넘을 수비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90분 내내 볼을 소유하고 내주지 않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트넘을 잡고 승점 28점으로 1위에 등극한 리버풀은 19일 오후 9시30분 크리스탈팰리스 원정에 나선다. 2위 토트넘(승점 25)은 20일 오후 11시15분 안방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에서 펼쳐질 EPL 14라운드에서 '승점 1점차' 4위 레스터시티(승점 24)와 맞붙는다. 뜨거운 1위 경쟁 속에 '승리요정' 손흥민이 토트넘 역대 18번째 100호골을 정조준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