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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노재욱 떠난 뒤 '세터 고민', 최태웅 감독의 '장신세터' 김명관 믿음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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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44)은 명세터 출신이다. '배구명가'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전 세터였다. 당시에는 김세진 신진식 김상우 여오현 석진욱 장병철 등 어벤져스급 선수들이 모여있어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그래도 최 감독이 명세터로 불릴 수 있었던 건 '국가대표 공격수들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자신의 손끝'이라는 자부심과 고집 때문이었다.

5년 전 최 감독이 현역 은퇴를 하자마자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취임했을 때 가장 먼저 단행한 것이 세터교체였다. KB손해보험과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세터 노재욱을 영입했다. '최태웅표 스피드 배구'를 팀에 덧입히기 위해선 자신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세터가 필요했다. 노재욱은 그 철학을 완벽에 가깝게 이해하고 현대캐피탈의 부활을 이끌었다.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2015~2016시즌 18연승을 질주, 역대 단일시즌 최다 연승을 기록했다. 2016~2017시즌에는 2006~2007시즌 이후 끊겼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2017~2018시즌에도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2018년 5월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자신의 페르소나와 같았던 노재욱을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 시켰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다 군입대 문제가 걸려있었다. 이후 최 감독은 두 시즌 동안 세터 고민에 사로잡혔다. 세터 이승원을 중심으로 재편에 나섰다. 그러나 부담감을 이승원이 견뎌내지 못하자 신인 이원중을 활용하면서 '더블 세터' 체제로 버텨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란 결과물을 얻으면서 이승원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지난 시즌에는 삼성화재에서 황동일을 영입해 경기대 전성기를 이끌었던 문성민-신영석-황동일 삼각편대를 구축하기도. 그러나 주전은 역시 이승원이었다.

올 시즌에는 세터에 또 다른 변화를 줬다. 성장 속도가 느린 이승원을 삼성화재로 트레이드시켰다. 이원중도 상무에 입대해 김형진과 황동일로 시즌을 치르던 최 감독은 1라운드가 끝난 뒤 충격적인 트레이드를 펼쳤다. 황동일을 트레이드 명단에 포함시켰고, 대신 젊은 '장신 세터' 김명관을 품에 안았다. 최 감독은 "김명관이 세터로서 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었다'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명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트레이드 된 이후 김형진을 밀어내고 주전 세터로 중용되고 있지만, 토스가 흔들려도 너무 흔들리고 있다. 공격수들의 높이를 살려주지 못하는 토스 때문에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잦아졌다. 1m97의 장신이기 때문에 전위에 있을 때 블로킹 높이 향상되고, 서브도 나쁘지 않다는 장점이 있지만 세터는 기본적으로 공격수에게 공을 정확하게 배달해야 하는 것이 주 임무다. 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현대캐피탈이 추격을 해도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최 감독은 성장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그 동안 김명관에게 믿음을 불어넣었다. 김명관은 최 감독의 지도 하에 다시 태어나고 있다. 그러나 최 감독의 인내도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지난 15일 한국전력과의 2020~2021시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대3으로 패한 뒤 최 감독은 "토스의 문제가 아니다. 명관이는 세터의 기질을 배워야 한다"며 "본인보다 어린 선수가 4명이나 경기를 뛰고 있다. 자기보다 어린 선수들을 악랄하게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팀 리시브는 전반적으로 안정이 되어있다. 그 좋은 리시브를 세터가 요리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요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기술보다 심리적인 문제를 풀어주려고 하니 애로사항이 있다. 그게 풀린다면 다른 선수들이 들어가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 감독의 세터 고민이 풀리는 그 날, 현대캐피탈도 반등하는 날이 될 듯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