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중 누가 세탁기 소리를 내었어?"
재택근무하는 기자의 집에서 우렁차게 울려퍼진 세탁기 소음 때문에 조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의 기자회견이 일시중단되는 '빵 터지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리그 선두' 토트넘은 17일 오전 5시(한국시각) 리버풀 안필드에서 펼쳐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과 격돌한다. 양팀의 승점은 나란히 25점, 나란히 7승4무1패를 기록중이다. 버질 반다이크 등 주전 센터백의 부상 이탈로 수비가 흔들린 리버풀에 비해 견고한 수비라인을 유지해온 토트넘이 골득실 차에서 앞서 있다. 리버풀이 승리할 경우 1위로 올라서고, 토트넘이 승리할 경우 1위 레이스에서 강하게 치고 나갈 큰 동력을 얻게 된다. 흔히 말하는 승점 6점짜리 빅매치다.
기자회견에도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 코로나19시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대부분의 경기에선 온라인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사전, 사후 기자회견이 진행된다. 이날도 토트넘 출입기자들의 날선 질문에 무리뉴 감독이 온라인을 통해 진지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무리뉴가 토트넘을 '승점머신'으로 만들었다"는 평가에 대해 "올해 리그에서 한번 졌고, 유로파리그에서 한번 졌다. 아마 클롭 감독은 그 결과를 보고 말하는 것일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우리의 결과는 긍정적이지만 아직은 평가하기 이르다.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도 최근 몇 달의 일이다. '승점머신'이 되려면 그보다 더 잘해야 한다. '승점머신'이라는 말은 리버풀이 지난 몇 년간 보여준 것이다. 리버풀은 클롭 감독과 1894일동안 결과를 내왔다. 우리는 이제 390일 정도다. 그것도 자가격리, 재택 등을 빼면 얼추 2000일 대 300일이다. 우리는 우리 레벨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해온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몇 개의 질문이 이어진 후 PA통신 기자가 "최근 해리 윙크스 국가대표팀에 차출됐을 때"라며 질문을 시작할 때, 질문과 동시에 온라인을 타고 큰 소음이 울려퍼졌다. '삐이익~' 귀 따가운 소음에 무리뉴 감독이 인상을 찌푸리며 기자회견을 중단시켰다. 미디어 담당관을 향해 "이게 무슨 소리지? 큰 소음이 난다"고 말했다.
미디어 담당관이 "기자님 집에서 나는 소리인 것같다"고 하자 질문을 던진 PA통신 기자가 이실직고했다. "아마도 내 세탁기에서 나는 소리인 것같다. 세탁기를 돌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자못 심각했던 무리뉴 감독의 표정이 순간 환해졌다. "크크큭" 웃음을 터뜨렸다.
코로나 시대의 고육지책, 언택트 '재택' 기자회견에서나 가능한 일, '웃픈(우습고도 슬픈)' 촌극으로 기억될 장면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