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한화 이글스는 베테랑 이용규를 섣불리 방출한걸까.
한화는 지난달 5일 이용규와 면담을 통해 구단의 1년 추가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이용규는 2019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2년간 FA 계약을 한 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됐고, 구단은 1년 추가 옵션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포기한 것.
한화의 대안은 FA 영입이었다. '두산발 FA' 정수빈(30)에 초점을 맞췄다. 정수빈은 공격력이 그렇게 뛰어난 건 아니지만, 타율 3할을 칠 수 있고 무엇보다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갖추고 있었다. 빠른 발도 강점이었다. 주전 중견수가 필요하고, FA 영입 전장에 뛰어들 수 있는 팀은 정수빈에게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던 상황. 무엇보다 서른 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나이도 또 다른 강점이었다.
한화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물밑에서 정수빈 측과 교감을 나눴다. 그러나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의 방어도 만만치 않았다. 한화는 정수빈 측에 과감한 베팅을 시도했다. 보장액 40억원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두산은 정수빈을 잡기 위해 당초 4년 게약안에서 6년 장기계약안을 제시했다. 정수빈은 결국 두산 잔류를 택했다. 새 팀 적응이란 변수도 없앨 수 있고,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프로의 세계에서 한화보다 보장액을 더 많이 제시한 두산에 잔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시 눈길은 방출된 이용규에게 쏠린다. 이용규는 지난 시즌 팀 내 주전 외야수 중 가장 많은 타석에 서서 가장 높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기록했다. 2.23. 지난 시즌 항명 파동을 겪긴 했지만, 올 시즌 제 몫을 해줬다. 특히 출루율이 0.381에 달했다. '용규 놀이'라고 할 만큼 상대 투수를 괴롭히면서 안타와 볼넷을 생산해내는 능력을 과시했다. 지표만 살펴보면, 구단이 이용규와의 1년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한화는 "젊은 팀 컬러로 팀을 바꾸겠다"며 서른 다섯의 베테랑과 이별했다. 결국 "오버페이 자제"를 외치며 FA 정수빈마저 놓치면서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신임 감독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주지 못했다.
한화는 남은 자원으로 중견수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노수광을 비롯해 이동훈 김지수 강상원이 후보다. 이 중 올해 이태양과 맞트레이드 된 노수광이 주전 중견수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노수광은 스피드와 수비 면에서 뒤지지 않지만, 정수빈보다 타격 능력이 떨어진다. 올 시즌 한화로 둥지를 옮긴 뒤 8월 타율 2할7푼8리로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였지만, 9월에는 1할8푼5리로 타율이 뚝 떨어졌다. 10월에는 다시 2할6푼3리로 끌어올리며 시즌을 마쳤지만, 기복이 심했다. 트레이드 이후 적응이란 문제도 있었지만 트레이드 효과를 바란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화의 중견수는 2021시즌 보이지 않는 변수가 될까.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