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최주환은 인천, 오재일은 대구로 떠났다. 이제 두산 베어스가 '옥석'을 가리는 고민에 빠질 시간이다.
두산은 2020년 정규시즌 3위를 차지했지만, LG 트윈스와 KT 위즈를 연파하고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비록 올시즌 우승은 NC의 차지였지만,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차례 우승이란 성적표는 왕조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같은 기세가 '라스트 댄스'로 끝나지 않으려면, '화수분'이란 명성처럼 새로운 선수를 계속 발굴해야한다. 떠난 선수는 더이상 잡을 수 없다. 필요한 것은 흙 속의 진주를 찾는 눈이다.
A등급 FA와 계약한 구단은 직전 연도 연봉의 200% 보상금과 더불어 보호선수 20명 외의 선수 1명을 원 소속 구단에 내줘야한다. 최주환과 오재일은 모두 A등급이다. 20인의 보호선수로는 주전 라인업과 선발진, 필승조 불펜, 핵심 유망주를 한꺼번에 보호하기도 버겁다. 두산으로선 장단기적으로 쓸만한 선수를 얻을 기회다.
간판 스타들이 FA로 잇따라 팀을 떠나는 와중에도 두산이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쏠쏠한 보상선수 활용이다. 두산은 지난 2008년 홍성흔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하자, 예상과 달리 내야수 이원석을 지명했다. 이원석은 두산에서 활약한 7년간 통산 타율 2할7푼2리 50홈런 25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53을 기록하며 든든한 활약을 펼쳤다.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연평균 250타석에서 많게는 400타석 이상을 책임지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원석은 2017년 삼성으로 FA 이적하면서 또 하나의 선물을 남겼다. 당시 두산은 보상선수로 포수 이흥련을 지명했다. 투수와 포수는 많을수록 좋다. 특히 이흥련은 한방 장타와 더불어 수준급의 수비력을 갖췄지만, 군입대 관계로 보호선수에서 빠진 상황이었다. 두산은 지난 5월 포수가 급한 SK에 이흥련을 보내는 대신 영건 이승진을 영입했다. 올시즌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필승조와 마무리를 오가며 150㎞ 강속구를 뿜어낸 이승진이 아니었다면 이뤄내기 어려운 성과였다.
2018년 팀의 중심선수였던 양의지의 NC 다이노스 이적은 두산에겐 큰 타격이었다. 하지만 이때 보상선수로 영입된 이형범은 6승3패 19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 2.66의 호성적을 올리며 팀의 마무리를 꿰찼다. 두산은 뒷문을 든든히 지킨 이형범의 활약 속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품에 안았다.
이번에도 새로운 '화수분 신화'의 주인공을 찾아야한다. 팀 전력과 선수의 잠재력, 포지션의 시장 가치 등을 고려해 보상 선수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KBO가 2차 드래프트 폐지를 준비중인 점도 두산에겐 호재다. 두산은 그간 23명의 선수를 잃으며 2차 드래프트 마다 최대 피해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대로 2차 드래프트가 폐지될 경우, 트레이드와 FA 외 선수 유출 루트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올겨울 두산은 아직도 바쁘다. 허경민은 역대급 7년 계약을 제시해 눌러앉혔지만, 최주환과 오재일은 놓쳤다. 정수빈을 비롯해 이용찬 유희관 김재호와의 FA 계약 여부도 아직 남아있는 숙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