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후반기 두산 베어스 불펜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승진. 과연 데뷔 첫 억대 연봉에 진입할 수 있을까.
두산은 지난 5월 29일 SK 와이번스와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를 내주고, 투수 이승진과 포수 권기영을 받는 내용이었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두산이 1군 백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흥련을 내주는 게 손해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이승진은 SK에서 미완성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적 이후 약 2개월간 2군 이천 구장에서 갈고 닦은 이승진은 후반부에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크리스 플렉센의 부상 이탈로 두산 선발진이 구멍난 시점에서, 이승진은 대체 선발로 낙점됐다. 선발로 희망과 보완점을 동시에 드러낸 그는 9월부터 본격적인 필승조로 등판하기 시작했다.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구위, 이전보다 좋아진 변화구 제구를 본 김태형 감독이 이승진을 필승조로 활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판단은 적중했다. 이승진은 9월초부터 두산의 필승조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긴장되는 상황일 수록 결과가 더 좋았다. 9월에만 불펜으로 12경기에 등판한 이승진은 마지막 10월 한달간 13경기에서 1승2패4홀드를 챙겼다. 경기 후반 타이트한 상황에서 등판하는 1번 투수가 이승진이었다. 활약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졌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았다. 두산이 총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승진은 무려 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이승진의 올해 연봉은 4700만원이었다. SK에서 계약한 금액이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이승진의 입지는 정반대로 달라졌다. 보여준 것이 없는 유망주에서 필승조로 자리매김 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폭의 상승이 예상된다.
두산에서는 가장 최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바로 이형범이다. 2018시즌 종료 후 양의지의 FA 보상선수로 두산에 이적했던 이형범은 이적 첫해 필승조와 마무리로 활약했고, 연봉이 5500만원에서 1억4200만원으로 158.2% 인상율을 기록하며 수직 상승했었다. 다만 이승진은 이형범처럼 시즌 초반부터 활약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경기수가 적기 때문에 버금가는 계약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데뷔 첫 억대 연봉에 가까워지는 것은 희망적이다.
한편 두산은 12월초부터 순차적으로 선수단 연봉 협상을 진행 중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