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농구 명가' 서울시청이 고(故) 한사현 감독의 영전에 기어이 챔피언 트로피를 바쳤다.
서울시청이 2020년 KWBL 휠체어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구단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다. 서울시청은 13일 오후 2시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펼쳐진 2020년 KWBL 휠체어농구리그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라이벌 제주특별자치도에 70대60으로 승리했다. 서울시청은 11일 1차전에서 71대61로 승리하고, 12일 2차전에서 57대60으로 패했다. 마지막 3차전에서 이를 악물었다. 3전2선승제로 진행되는 챔피언결승전에서 2승을 거두고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서울시청 김태옥, 오동석, 곽준성, 양동길, 이윤주, 조승현과 제주특별자치도 김동현, 황우성, 김호용, 조현석, 임문택, 전경민. 1승1패를 주고받은 양팀의 마지막 승부는 초반부터 뜨거웠다. 1쿼터 일진일퇴의 기싸움이 이어졌다. 양동길이 6득점을 몰아친 서울시청이 18-16으로 앞섰다.
2쿼터엔 '서울 캡틴' 조승현의 활약이 눈부셨다. 시작과 함께 3점포를 작렬시키며 점수 차를 5점으로 벌렸다. 이후 제주의 슈팅이 잇달아 불발되며 점수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2쿼터 중반 이후 김동현의 폼이 살아났다. '서울' 오동석의 패스 실수에 이어 '제주' 김동현의 골이 작렬하며 27-26, 2분 40초를 남기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서울시청을 1점차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2분 30초를 앞두고 오동석의 3점슛이 들어가며 30-26, 다시 4점차로 점수차를 벌렸다. 마지막 자유투를 조승현이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36-33, 3점차로 2쿼터를 마무리했다. 2쿼터, 양팀 센터 조승현과 김동현이 나란히 11득점을 기록했다.
3쿼터, 서울 조승현과 제주 김동현이 나란히 6득점을 기록했고, 서울 이윤주와 제주 조현석이 나란히 4득점했다. 서울시청이 50-45, 5점차 리드를 지켰다. 4쿼터 시작과 함께 서울시청 곽준성이 골맛을 보며 기세를 올렸다. 제주 센터 김동현이 눈부신 투혼을 선보였고 백전노장 김호용이 3점포를 가동하며 56-60, 4점차로 추격했다. 그러나 이후는 '이윤주 타임'이었다. 오동석의 도움에 이은 이윤주의 연속골이 잇달아 작렬하며 66-58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2분 17초를 남기고 오동석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서울시청이 70-58까지 앞서갔다. 서울시청 벤치가 우승을 확신한 듯 뜨겁게 환호했다. 이윤주는 4쿼터에만 10득점을 터뜨리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김동현이 쏘아올린 회심의 3점포가 불발되며 결국 70대60으로 서울시청이 승리했다.
정규리그 2위 서울시청이 정규리그 1위, 최다우승팀(4회) 제주특별자치도를 물리쳤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규리그 2위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연패 확정 직후 김영무 서울시청 코치는 고 한사현 감독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한사현 감독님께 트로피를 바치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서울시청 감독, 휠체어농구대표팀 감독으로 휠체어농구 발전을 위해 일생을 바친 이들의 선배이자 스승인 고 한 감독은 지난 9월 26일 간암 투병중 세상을 떠났다. 김 코치는 "한 감독님 밑에서 오래 있으면서 배운 것이 많다. 새로 부임한 백승희 감독님은 흐름을 잘 짚어주셨다. 임찬규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님도 매번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관심을 가져주셨다"며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서울시청은 앞으로도 '휠농명가'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좋은 퍼포먼스로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팀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서울시청' 캡틴 조승현은 고 한사현 감독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조승현은 "너무나 힘든 한해였다. 국가적으로도 힘든 2020년이었다. 뜻깊게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게 돼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1차전은 편한 마음으로 경기했다. 어제 2차전은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제 몫을 못했다. 오늘은 감독님께서 하늘에서 도와주실 것이라 생각하고 믿고 즐겼다"고 말했다. 국가대표팀 캡틴으로서 내년 도쿄패럴림픽 필승의 각오도 전했다. "내년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패럴림픽은 휠체어농구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메달을 떠나 휠체어농구 발전에 선수 한명 한명이 책임을 느낀다. 저 역시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힘주어 말했다. 팬들을 향한 당부와 다짐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무관중으로 진행돼 아쉽다. 휠체어농구를 직접 보시면 정말 재미있다. 감동과 스릴리 있고, 비장애인농구 못지않게 재미있다. 코로나 이후엔 꼭 현장에 오셔서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다. 저희도 국민 여러분들께 좋은 기운을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