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다큐멘터리 속 인물처럼 평범한 영석, 날 것의 연기하고 싶었죠."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의 여자 조제(한지민)와 영석과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영화 '조제'(김종관 감독, 볼미디어㈜ 제작). 극중 영석 역을 맡은 남주혁(26)이 7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018년 영화 '안시성'으로 제39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받으며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남주혁. 신인남우상 수상 이후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tvN '스타트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등에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 남주혁이 영화 '조제'에서 첫 만남의 풋풋함부터 사랑을 통해 한층 성숙해지는 인물의 변화까지 섬세한 연기로 선보인다.
다나베 세이코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자 2004년 개봉해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한국판으로 리메리크 한 ''조제' 남주혁이 극중 연기하는 영석은 딱히 새로울 것도 가슴 설레는 일도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대학생이다. 우연히 골목에서 마주친 조제를 도와주고 얼떨결에 그녀의 집에 들려 밥을 먹게 된 그는 이름만큼이나 특별한 분위기에 조제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점점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이날 남주혁은 유명한 원작 영화에 대해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김종관 감독님이 만드는 '조제'는 어떤 느낌의 '조제'일까라는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감독님도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컸고 배우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감독님이 만들어내는 '조제'는 원작과는 비슷하지만 큰 틀에서는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원작 영화와의 차별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제가 '조제'의 원작을 봤을 때는 차가운 새벽에 만난 푸르스름한 느낌의 영화였다. 하지만 우리 영화 같은 경우에는 차가운 새벽은 똑같지만, 푸르스름한 새벽 속에서도 해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라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남주혁은 "우리 영화는 원작에 비해 사랑하는 과정과 이별하는 과정이 명확하게 집중적으로 다뤄져 있진 않지만, 사랑하는 시작점이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이별하는 순간의 모습 역시 '왜 이별한다'라는 걸 보여주기 보다는 물 흐르는 것 처럼 이뤄지기도 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원작 캐릭터인 츠네오와 영석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원작과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 생각하며 연기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저만의 영석을 보여드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원작 영화를 시나리오를 받기 훨씬 전에 봤지만, '조제' 시나리오를 받고 영석을 연기하고 나서는 보지 않았다. 그걸 본다면 따라하는 것 밖에 못할 것 같다. 저는 저만의 영석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다른 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 보다는 저만의 방식대로 영석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남주혁은 극중 영석이라는 인물이 가진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며 '평범함'을 강조했다. "동네에 평범하게 살고 있는 청년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속 인물처럼, 실존 인물처럼 보여졌으면 했다"라며 "완성된 작품을 봤을 때 기대하고 노력한 만큼이나 영석과 조제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어있는 것 같더라. 영석이라는 인물 자체를 후회없이 연기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전 영석이 정말 평범해 보였으면 했다. 평범함이라는 단어 자체가 광범위한 부분인데, 평범한 속에서도 다양한 평범함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내가 이 극안에서, 또 이 동네 안에서 진짜 살고 있는 사람 처럼 보이기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극중 극중 영석과 닮은 점에 묻자 남주혁은 "평범한 것이 공통점이다. 늘 수줍은 편이다. 연기를 하는 의외 상황에서는 항상 부끄럽고 수줍음이 많다. 그런 점이 영석과 비슷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영석과 비슷하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전 평상시에 영석처럼 그렇게 체크 난방을 자주 입지 않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그는 극중 영석처럼 현실적인 것들로 인해 무엇인가를 포기해본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사랑이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는 매번 있었던 것 같다. 제가 원하는 일 때문에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하는 일은 늘 있었다. 그런 선택 속에서 늘 살아 가고 있는 것 같다"라며 "포기해야 할 것들도 명확해지고 함깨 나아가야 할 것들도 명확해지는 것 같다. 그런 경험이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다. 연기 할 때 그런 경험을 꺼내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지난 해 종영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 이후 한지민과 두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남주혁은 "짧은 시간 안에 지민 선배님과 다시 작품을 하게 됐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부담감도 없진 않았다. 그렇지만 김종관 감독님께서는 '눈이 보시게'의 모습을 너무나 좋아하셨다. 저도 그렇고 지민 선배님도 그렇고 '눈이 부시게'에서는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을 힘을 합쳐 만들어가고 또 그런 모습으로 두 시간을 꽉꽉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이 부시게'와 촬영 때의 차이에 대해 묻자 "전혀 다른 인물 조제와 영석을 연기하면서 지민 선배님과 주고 받는 이야기도 더 많았다. 분량적으로도 '눈이 부시게'보다 함께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다보니 소통해서 만들어가는 장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두 번째 호흡이니 만큼 연기하는데 있어서 더욱더 몰입할 수 있었다는 그는 "전작에서 한 번 호흡을 맞췄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첫 촬영에서부터 정말 편안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남주혁은 한지민에 대해 "지민 선배님은 사람들을 대할 때 정말 존중을 많이 해주신다. 연기를 할 때도 상대 배우의 장면에서도 정말 최선을 다해주신다. 정말 사람들이 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라며 "정말 많은 부분을 선배님을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선배님은 스스로는 부족하다고 말씀하시지만 주변에서 보는 사람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조제'에 한지민보다 먼저 캐스팅 된 남주혁은 "제가 캐스팅이 되고 조제 역으로 지민 선배님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제가 생각하는 선배님의 강인한 모습 말고도 보여지지 않은 모습에서도 조제와 닮아있는 것 같았다. 방송에는 비춰지지 않지만, 옆에서 보는 지민 선배님은 정말 생각이 많은 분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지민 선배님이 혼자 걷지 않게 발을 맞춰 걸어주는 느낌이 드는데, 지민 선배님은 모든 사람들이 같이 발을 맞춰 걸어가고 싶게끔 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한편, '조제'는 영화 '더 테이블'(2017), '최악의 하루'(2016) 등은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지민, 남주혁이 주연을 맡았다. 오는 10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