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대사님의 스포츠 사랑은 처음과 끝이 똑같았다.
'만능 스포츠맨' '운동 마니아' 제임스 최 주한 호주 대사(50)가 4년 임기의 끝을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자선 마라톤'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2016년 12월 한국에 부임한 최 대사는 올해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시 주춤했던 지난 11월 주말 아침 9시30분, 최 대사와 호주대사관 직원 10여 명이 한강 반포지구에 집결했다. 코로나 시대, 실내자전거만 2000㎞를 달렸다는 '운동마니아' 대사님은 '고별 마라톤'으로 가수 션과 인순이가 개최한 비대면 가상 마라톤 대회 '2020 미라클 365 버추얼 하모니런(이하 하모니런)' 도전을 택했다.
루게릭 병원 건립을 위한 제주 자선 자전거, 해밀학교 돕기 자전거 국토횡주에서 션, 인순이와 함께 발로 뛰어온 최 대사다웠다.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가볍게 5㎞를 완주한 최 대사는 '하모니(harmony)'가 새겨진 티셔츠에 '높은음자리 메달'을 들어올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참가비 전액은 인순이가 운영하는 다문화 교육기관 해밀학교에 기부됐다.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1961년 한국-호주 수교 이후 첫 한국계 호주대사로 부임한 '철인' 제임스 최 대사의 지난 4년은 발로 뛴 스포츠 외교의 기록이다. 뉴욕, 보스턴, 베를린 등 부임한 도시의 풀코스 마라톤을 모두 섭렵한 '철인' 대사님은 지난 4년간 춘천마라톤, 중앙마라톤, 제주국제마라톤 등 3차례 풀코스를 정복했다. 3대회 모두 꿈의 '서브3(42.195㎞를 3시간내 주파)', 제주에선 2분53초06의 개인 베스트 기록을 찍었다. 2018년 평창올림픽·패럴림픽 성화봉송주자로 나섰고, 대회 기간 내내 선수단과 동고동락했다. 지난해 대사관 직원들과 '호주스타일'이라는 팀명으로 출전한 통영트라이애슬론 동호인부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선 마라톤 등 스포츠를 통한 나눔과 참여도 계속됐다. 정 현의 호주오픈 테니스 4강을 모티브 삼아 '호주의 날 행사'를 기획했고, 타가트 등 호주 선수들이 활약중인 K리그1 수원 삼성 홈경기에서 시축을 했고,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시구, NC다이노스 시구에서 연거푸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지난 4년간 그가 참가한 스포츠 이벤트만 열거해도 A4지 2장을 빼곡히 채우고도 남았다.
직접 발로 뛰면서 한국 사회와 소통하고 스포츠를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설파했다. 최 대사는 "호주에서 자라면서 스포츠를 통해 리더십, 팀워크, 다양성을 배웠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서 왔든, 무엇을 믿든, 어떻게 생겼든, 그런 것은 전혀 중요치 않다. 누구나 팀원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스포츠를 포함해, 당신이 사랑하는 방식으로 다양성의 원칙을 배웠으면 좋겠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고 했다.
최 대사는 "이제 임기가 한달도 남지 않았다. 1월에 호주로 돌아간다. 나는 한국과 한국사람, 한국과의 관계를 너무나 사랑한다. 앞으로도 한국-호주의 관계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대사는 한국인의 잠재력, '소프트파워'를 무한긍정했다. "한국인들은 스스로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작은 나라'라고 하는데 밖에서 본 한국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전세계가 사랑하는 K-pop,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손흥민, 삼성, LG, 현대 등 글로벌 기업들의 선전 등을 보라"고 했다. "한국은 소프트 파워를 통해 이미 전세계에 기여하는 나라, 인정받는 나라로 격상됐다. GDP도 호주보다 앞서 있다. 자신 있게, 폭넓은 시야로 세계를 향해 나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호주와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계 호주인 최 대사가 한국 사회를 향해 던진 마지막 메시지는 획일성의 탈피, 다양성을 통한 미래 세대의 행복이었다. "손흥민 선수가 아버지와 함께 어떻게 훈련했는지 인상깊게 읽었다"는 최 대사는 "사회적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적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평균적 목표, 획일적 목표가 아닌 각자의 꿈이 중요하다. 100명의 아이들이 100개의 다양한 꿈을 꾸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등학생, 대학생들에게 강의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의 길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선택하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반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