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대한항공에겐 분명히 위기다. 팀 내 가장 믿을 수 있는 공격수인 외국인 선수 비예나가 부상으로 빠졌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큰 한국 프로배구의 특성상 비예나의 결장은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비예나가 빠지면서 임동혁에게 출전 기회가 왔다. 임동혁은 2017∼2018시즌 1라운드에 지명한 고졸 유망주였다. 그동안 라이트 공격수로서 외국인 선수가 부진할 때나 부상일 때 나와서 그 공백을 메워줬다.
이번 시즌 비예나가 정상적인 컨디션을 보이지 못하면서 곧잘 출전하며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왔는데 이젠 풀타임을 뛰며 실력을 검증하고 또 키워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대한항공의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은 임동혁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경기력은 자신감이 필요한데 자신감은 경기를 뛰면서 얻게된다. 아직 21세이고 점점 성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비예나가 빠진 것이 임동혁에겐 기회가 생긴 것이다. 팀에게도 젊은 선수가 뛰는 자리가 생겼다. 팀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임동혁의 성장에 기대감을 얘기했다.
공교롭게도 비예나가 빠진 2경기에서 대한항공은 모두 승리를 거뒀다. 지난 3일 OK금융그룹과의 경기서 3대1로 이겼다. 임동혁은 당시 21점을 올려 선배인 정지석과 함께 팀내 최고 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6일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선 무려 29점을 폭격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가장 중요했던 5세트에선 혼자 9점을 쏟아부어 에이스의 역할을 보였다.
비예나가 빠진데다 2위 OK금융그룹, 5연승을 달리던 한국전력 등 강팀과의 경기였지만 예상외의 승리를 거둔 것은 임동혁의 폭발적인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예나가 빠진 공백을 훌륭히 메움과 동시에 자신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임동혁이 언제까지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임동혁도 손가락에 부상이 있는데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경우 대한항공의 라이트는 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임동혁이 버티고 있는 동안 비예나의 무릎 상태가 좋아져 복귀하는 것이 베스트 시나리오다. 그동안 출전을 위한 재활을 해왔던 비예나는 최근엔 치료를 위한 재활로 방향을 틀었다. 확실하게 좋아진 몸상태로 돌아오기 위해서다. 비예나의 부상이 장기화될 경우엔 교체도 심각하게 고려해야한다. 산틸리 감독은 비예나에 대해 "복귀 시점은 아직 모른다"면서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당장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교체도 고려사항이다"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비예나가 부진과 부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7일 현재 9승4패,, 승점 25점으로 KB손해보험(10승3패, 승점 28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문제만 해결된다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기에 비예나의 복귀 여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