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은행권, 연말 대규모 임원인사 예고…디지털 가속화 속 '안정 vs 변화' 인사방향에 촉각

by

은행권이 연말을 맞아 임원 인사에 본격 돌입했다.

4대 시중은행에서 올해 말 임기를 종료하는 임원급 인사는 전체의 74%인 64명에 달하며 '안정'과 '변화' 중 경영진이 어떤 방향을 택하는지에 따라 인사 폭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은행권의 '디지털 혁신'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점도 연말 인사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행은 23명의 임원 중 허인 국민은행장 등 5명을 제외한 18명의 임원 임기가 이달 말 만료된다. 부행장 6명 전원도 이달 임기가 종료된다.

보통 12월 말 조직개편과 함께 임원인사를 단행해 온 KB국민은행은 조직개편의 방향성이 이번 임원 인사를 좌지우지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은 조직 운영에 대대적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번 임원 인사에서도 혁신과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조직 안정화를 꾀할 것인지, 비대면 등 변화를 고려한 혁신에 속도를 가할 것인지에 따라 임원 인사의 방향이 유임 위주 혹은 대거 교체가 이뤄질지가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24명의 임원 가운데 진옥동 은행장, 허창언 상임감사, 부행장 14명 등의 임기가 이번 달에 만료된다. 최대 관심사는 2년의 임기를 채운 진옥동 행장이다.

신한금융지주가 먼저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은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고 은행장이 부행장 인사를 단행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다만 아직 자경위 날짜는 미정이다.

지난해까지는 신한금융지주 자경위에서 은행 부행장까지를 추천했지만, 올해는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변경돼 지주가 부행장 인사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는 부행장 20명 중 14명이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이중 5명은 지주 부사장까지 겸임하고 있어 인사 폭이 어느 정도일지 이목이 쏠린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은행장 직속 디지털 혁신 조직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하고 이를 이끌 외부 전문가로 KT 출신 김혜주 상무와 SK C&C 출신 김준환 상무 등 빅데이터 전문가들을 영입한 바 있다. 때문에 연말 인사에도 이와 같은 '디지털화'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부행장 6명, 전무 11명 등 총 17명의 임원 중 16명의 임기가 이달 만료될 예정이다. 이달 말에는 부행장 6명 중 4명, 전무 11명 전원의 임기가 끝난다.

다만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만큼, 이번 연말 인사에서는 대대적인 임원 교체보다 유임에 무게가 한층 실릴 것이란 관측이 존재한다.

하나은행의 내년 경영 3대 키워드는 '디지털,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따라서 관련 업무를 강화하고자 하는 방향으로의 인사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기 위해 최근 내부에서 디지털 금융을 담당할 '임원급 핵심 인재 풀(pool)' 확보를 위한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전문가 인력 풀' 운용을 진행한 경우는 많았으나 디지털 분야의 '임원 인사풀'을 만들어 운용키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은행은 23명의 임원 가운데 부행장 3명 전원과 부행장보 10명 전원, 상무 1명 등 14명의 임기가 이번 달까지로, 이달 내에 조직 개편과 인사가 함께 진행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연말 인사와 내년도 조직개편 방향 키워드 역시 '디지털'이며, 이에 최적화된 금융환경 구축을 위한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사업그룹 간 시너지 극대화 초점도 함께 맞출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혁신위원장을 맡아 권광석 우리은행장을 총괄장으로 하는 '디지털 혁신총괄' 조직을 구성하는 등 디지털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한편 가장 먼저 연말 인사를 단행한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5일 농협은행 새 부행장 6명을 선임했다. 부행장 직급 14명 가운데 외부 출신인 준법감시인과 디지털금융부문장을 제외하면 12명 중 절반이 교체됐다.

새 부행장이 어느 부문을 맡게 될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농협은행이 최근 결정한 내년도 조직개편안을 살펴보면 '고객 중심 디지털금융'과 '농업금융 역할 강화'에 관련된 부행장 업무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내년부터 디지털금융부문 내 부서를 기존의 전략, 채널, 마케팅 등 기능별 분류에서 개인, 기업 등 고객군별 분류로 점차 전환하기로 했다. 이어 농업금융 역할 강화를 위해 현재 농업·공공금융부문을 '농업·녹색금융부문'과 '공공금융부문'으로 분리할 계획이다.

또 현재 소비자보호부장이 맡는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업무를 내년부터는 부행장보 직급이 운영하도록 변경하기로 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