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2020년 서른 일곱의 적지 않은 나이에 '타격왕'을 차지한 최형우(KIA 타이거즈)는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사실 이적하기 쉽지 않다.
덩치가 크다. 4년 전 국내 FA 사상 최초로 100억원 시대를 열며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당시 책정한 연봉 15억원이 최형우를 원하는 팀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최형우는 FA 등급제에 따라 B등급에 해당한다. '직전 연봉 100%+25명인 외 선수 1명(또는 연봉 200%)'이 발생한다. KIA가 굳이 보상선수를 원하지 않을 경우 최형우를 영입하는 팀은 기본 45억원을 KIA에 내주고 개인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 베테랑이긴 하지만, 분명 팀 타격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자원임에는 틀림없지만, 금전적 출혈을 감수하고 최형우를 데려갈 팀은 코로나 19 속 현실적으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최형우도 KIA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지난달 말 한 차례 만나 광주 모처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좋은 분위기로 잔류 의지를 내비쳤다.
적정 몸값은 얼마일까. 타격만 놓고 보면 연봉 최상단을 차지하는 것이 맞다. 팀 내에서 최형우를 대체할 만한 자원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최형우의 뒤를 이을 '하이브리드형 타자' 오선우 같은 경우 장타력은 있는데 컨택 능력이 떨어진다.
다만 야구는 공격력만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다. 수비가 돼야 한다. 최형우는 이번 시즌부터 지명타자로 변신했다.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시즌 초반에는 수비에서 빠지는 시간이 어색해 루틴까지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시즌 막바지에 달해선 지명타자로 체력을 아낀 것이 타격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한 가지로 평가됐다. 최형우도 "마흔 초반까지는 자신있다"고 어필하기도. 그러나 구단에선 타격만 하는 '지명타자'에 대한 가치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3년 전 김주찬의 계약이 좋은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주찬의 나이는 서른 여섯이었다. 최형우보다 한 살 어렸고, 수비까지 되는 자원이었다. 그럼에도 계약기간 2+1, 총액 27억원에 사인한 바 있다. 최형우는 타격 능력, 나이 등 모든 면을 따지면 계약기간 2+1, 40억원이 적당하는 평가다. 코로나 19 탓에 구단들의 재정이 쪼그라든 면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래도 김주찬보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팀 내 최고참이란 부분이다. KIA 내에는 '상남자' 최형우를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특히 '베이비 초이' 최원준은 최형우를 빗대어 "아버지 같다"고 할 정도로 따르고 있다. 최형우가 젊어진 선수단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