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2019년 5월 21일. 울산 현대에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아픔의 날이다.
김도훈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상하이 상강과의 2019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H조 최종전에서 0대5로 패했다. 당시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한 울산은 1.5군을 내세워 상하이 상강과 맞섰다.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대신 박정인 김민덕 문정인 등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경험의 대가는 컸다. 당시 울산은 원정에서 0대5 완패를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김 감독은 덤덤했다. 김 감독은 "경기에 패했기에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세계적 수준의 선수가 속한 팀을 상대로 경험을 한 것은 수확이다. 점수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이기려는 의지를 갖고 노력했다는 점"이라며 성장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흘렀다. 김 감독의 기대처럼 울산의 '아기호랑이'들이 무럭무럭 성장했다.
울산은 3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상하이 상강과 2020년 ACL F조 최종전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었다. 울산은 앞선 5경기에서 4승1무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김 감독은 상하이 상강을 상대로 또 한 번 로테이션 카드를 꺼내들었다.
울산은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박정인이 최전방 공격수로 공격을 이끌었다. 이근호 이상헌 정훈성이 뒤에서 힘을 보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김성준과 원두재가 발을 맞췄다. 수비는 정동호 정승현 김민덕 김태환이 담당했다. 골키퍼 장갑은 서주환이 꼈다.
박정인(20)은 '하나원큐 K리그1 2020' 7경기에 출전했다. 김민덕(24)은 올 시즌 출전 기록이 없다. 지난해 울산에 입단해 리그 한 경기를 치른 게 전부다. 서주환(21)은 K리그 데뷔조차 하지 못한 신인이다.
김 감독의 선택은 과감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감독의 믿음을 받은 어린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펄펄 날았다.
포문은 박정인이 열었다. 박정인은 경기 시작 불과 3분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는 상대 수비를 뚫고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상하이 상강의 골망을 흔들었다. 분위기를 탄 울산은 전반 24분 이상헌(22)의 추가골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주환은 상대 공격이 거세진 후반 초반 침착하게 골문을 지켰다. 비록 비 진하오에게 골을 내줬지만, 마지막까지 집중해 승리를 지켰다. 김민덕도 수비에서 제 몫을 해내며 힘을 보탰다. 이날 울산은 후반 비욘 존슨의 멀티골까지 묶어 4대1로 승리를 챙겼다. 조별리그에서 무패를 달린 울산은 기분 좋게 16강에 진출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