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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의 강스파이크]김종갑 한국전력 사장님! 한전 혼자 배구하는 것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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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박수였다. 그 동안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하던 한국전력 빅스톰은 비 시즌의 승자였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오랜 만에 시원하게 투자했다. 올 시즌 자유계약(FA) 박철우를 총액 7억원(연봉 5억5000만원, 옵션 1억5000만원)에 영입했고, 오재성에게 현 리베로 최고액인 연봉 3억원을 주고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OK금융그룹 레프트 이시몬을 연봉 1억3000만원에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 개막 7연패에 빠졌다. 그러자 비 시즌에 성사되지 않았던 현대캐피탈과의 충격적인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연봉 6억원이나 되는 '국보급 센터' 신영석을 영입한 것이 적중했다. 이후 4연승을 구가하는 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헌데 한국전력은 지난달 말 갑자기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 선수 연봉을 공개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명백한 이사회 의결 사항 위반이었다. V리그 남자부 7개 팀은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연봉을 공개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이는 역대 4대 프로스포츠 종목을 통틀어도 구단이 이사회 의결 사항을 자의적 해석으로 뒤집은 사실상 첫 번째 케이스였다.

지금은 부화뇌동(附和雷同) 됐지만, 구단도 희생양이라고 봐야 한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이 됐다. 구단은 선수 연봉공개가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며 암묵적으로 준수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득했지만, 김 사장의 의지는 변함없었다. 구단은 그룹에서 내려온 지시를 막을 수 없었다. 복수의 배구계 관계자들은 "김 사장은 오히려 연맹과 타 구단을 설득하지 못한 구단 프런트의 무능함을 질책했다"고 귀띔했다. 결국 구단에선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습적으로 선수 연봉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KOVO는 한국전력의 황당한 행동에 대해 상벌위원회를 개최했다. 지난 1일 황명석 상벌위원장을 비롯해 두 명의 변호사 등 총 7명이 그룹 변호사와 함께 온 한국전력 사무국장의 뻔뻔한 소명을 들은 뒤 두 시간여의 줄다리기 회의를 가졌다. 결론은 '징계 보류'였다. 신무철 KOVO 사무총장은 "이 사항을 의결했을 때의 이사회 기록을 살펴보고, 법리적 해석 여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어 이날 결정을 보류했다. 타 구단의 의견도 청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의 지시로 배구계가 발칵 뒤집힌 이번 '한전 사태'는 언론계로 따지면 '엠바고(일정 시간까지 보도 중지)'를 깬 것이나 다름없다. 엠바고를 깬 언론사는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담당 출입처에서 퇴출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암묵적으로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전력은 지난해 '샐러리 캡 최소 소진율' 위반으로 벌금 3억2500만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연맹과 구단들의 선처로 제재금을 내지 않았다. 구단이 벌금을 맞게 될 경우 프런트가 그룹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헌데 한국전력은 이번 사태에 반발하는 타 구단들에게 '샐러리 캡 최소 소진율' 위반 벌금과 이사회 의결 사항 위반 벌금까지 다 내더라도 선수 연봉 공개를 먼저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그걸 실행에 옮겼다.

한국전력은 이제 또 다시 읍소 전략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샐러리 캡 사안 때 선처를 받은 것처럼 각 구단 단장들이 모이는 이사회에서 읍소해 벌금을 맞지 않는 쪽으로 유도하려고 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건 이사회 멤버들의 결정이다. 또 다시 '봐주기식' 결정을 내릴 경우 이사회는 그냥 해체하는 것이 낫다. KOVO 최고 결정기구의 의결을 멋대로 뒤집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버리는 구단을 눈 감아준다는 건 존립의 의미가 없다. 벌금은 이전 것까지 소급해서 적용해야 하며, 승점 삭감까지도 논해야 할 사안이다. 게다가 재발시 중징계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한국전력 혼자 배구하는 것이 아님을 주지시켜야 한다.

결국 구단이 키운 화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콘텐츠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