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 달이면 쉴 만큼 쉬었다. 새 시즌을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몸을 잘 만들어야 한다."
1일 오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34)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활기에 차 있었다. 이날 전준우는 새 시즌을 대비한 개인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길이었다. 2020시즌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이지만, 그의 눈은 벌써 새 시즌을 향해 있다.
전준우는 새 시즌 거인군단의 '캡틴' 역할을 맡는다. 2008년 입단 후 오직 롯데에서만 12시즌을 뛴 '원클럽맨'인 그는 어느 덧 30대 중반의 베테랑이 됐다. 뛰어난 기량 뿐만 아니라 쾌활한 성격으로 선후배 사이에서의 신망도 두텁다. 이대호가 2017시즌을 끝으로 주장직을 내려 놓은 뒤부터 줄곧 '차기 주장감'으로 거론돼 왔던 그의 주장 취임은 어쩌면 예고된 수순이었다.
전준우는 "감독님, 수석코치님으로부터 '주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크게 다른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며 "앞서 (손)아섭이와 (민)병헌이가 주장을 했고, (이)대호형이 FA다보니 '어쩌면 이제 내 차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두 선수가 주장 역할을 할 때도 곁에서 많은 부분을 보고 도왔다. 주장이라고 해서 큰 부담감은 없다"며 "소통이 중요한 시대다. 어린 선수나 중간-고참급 선수들의 생각을 잘 듣고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선 전임 주장들의 조언도 들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캡틴 전준우'를 향한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올 시즌 26홈런-96타점을 생산하면서 팀 타선에 힘을 보탰던 것 뿐만 아니라 외야 수비 능력도 향상 등 기량 면에서 새 시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팀원 뿐만 아니라 감독, 코치진과의 소통 창구가 되는 주장에게 자신을 돌볼 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모습은 개인 성적 하락과 스트레스로 인한 슬럼프를 만들기도 한다. 앞서 주장을 맡았던 손아섭 민병헌이 비슷한 과정을 거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준우는 자신에게서 답을 찾았다. 그는 "병헌이가 올 시즌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팀 분위기를 잘 만들어 놓았다. 때문에 선수들이 한 시즌 내내 뭉칠 수 있었다"며 "결국 팀이 우선이다. 올 시즌처럼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그런 노력이 모여 결국 좋은 경기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또 "내가 주장이 됐으니 더 잘해야 한다, 어떻게 하겠다 보다 솔선수범하는 게 중요하다"며 "프로 생활을 해보니 어떤 말보다는 행동이 마음을 움직일 때도 있다. 무엇을 요구하기 보다 내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준우는 "아쉬운 시즌이다. 시즌 내내 잘 따라가다가 막판에 차이가 벌어졌다. 마치고 돌아보니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못 잡은 게 아쉽더라"며 "비시즌동안 몸을 잘 만들고 준비해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주장으로써 책임감을 갖고 팀이 도약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