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코로나19로 재앙에 가까웠던 2020년, 영화계 역시 어느 해보다 힘든 보릿고개를 보내야만 했다.
신작들은 개봉을 취소해야만 했고,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도 사라졌다. 코로나가 가져온 폐해는 말할 수 없이 크지만 그럼에도 충무로는 멈추지 않았다.
올해 아카데미 벽을 허물며 전 세계에 위상을 떨친 'K-무비'의 저력은 위기에서도 작지만 큰 울림을 선사했다. 특히 따뜻하고 뭉클한 가족 이야기부터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역사 장르물, 틀을 깬 범죄극, 추억의 감성 멜로, 논란의 여성 서사까지. 위기의 극장가를 지킨 5가지 색깔의 웰메이드 작품이 청룡영화상 무대에서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작품상을 두고 경합한다.
2020년 대미를 장식할 최고의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 최우수작품상 네티즌 투표는 글로벌 숏폼 모바일 비디어 플랫폼 '틱톡(TikTok)'에서 3일까지 진행되며, 제41회 청룡영화상은 11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다.
▶세계가 인정한 '남매의 여름밤'
'남매의 여름밤'은 여름 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가 겪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8월 개봉해 큰 감동을 선사한 아트버스터다. 지구촌 곳곳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을 정도로 반향이 컸다. '남매의 여름밤'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 NETPAC) 수상을 비롯해 제49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19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제68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제42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 및 수상 릴레이를 이어왔다.
▶역사책 찢고 나온 '남산의 부장들'
'남산의 부장들'은 52만부 이상 판매된 김충식 작가의 동명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영화화했다.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10·26 사건을 다뤘다. 지난 1월 설날 개봉해 475만 관객을 동원한 '남산의 부장들'은 2020년 가장 많은 관객수를 동원한 흥행작이다. 제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작품상 등 흥행에 이어 상복까지 거머쥐었다.
▶발칙하고 쇼킹한 '소리도 없이'
'소리도 없이'는 올해 가장 발칙한 범죄물로 화제를 모았다.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악무도한 사건을 일상적인 톤으로 담아내고 또 기존 선악의 잣대와 신념을 비틀고 꼬집으며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 문제작이다. 기존 범죄극이 가진 전형의 틀을 깬 새로운 스토리와 전개는 물론 독특한 색감의 미장센, 명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 잔잔한 파동의 감성 멜로 '윤희에게'
'윤희에게'는 팬덤을 양산하며 오랫동안 관객의 가슴에 여운을 남긴 감성 멜로다. 영화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여자가 잊고 지냈던 첫 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임대형 감독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연출과 아름다운 영상미와 미장센이 돋보인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 제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도 수상하는 등 잔잔한 파동의 화제작이다.
▶여성 서사의 힘 '82년생 김지영'
2016년 출간해 누적 판매 100만부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인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다.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를 통해 모두가 느끼고 있지만 아무도 문제인 줄 몰랐던 보통 여성의 삶을 그려 여성 관객의 뜨거운 공감과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입소문과 N차 관람의 힘으로 36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