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두 명의 외국인 감독이 KBO리그를 누빈다.
한화 이글스가 27일 베네수엘라 출신의 카를로스 수베로(48) 전 밀워키 브루어스 코치를 사령탑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로 창단해 1993년 한화로 팀명을 변경, 현재에 이른 독수리 군단의 사상 첫 외국인 감독. 수베로 감독은 내년부터 세 시즌 동안 한화 지휘봉을 잡고 리빌딩 및 반등 초석 다지기에 나선다.
이로써 내년 KBO리그엔 두 명의 외국인 지도자가 활약하게 됐다. 올해 KIA 타이거즈를 이끈 맷 윌리엄스 감독과 수베로 감독이 진검승부를 펼치는 장면도 볼 수 있게 됐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순수 외국인 감독이 한 팀 이상이었던 시즌은 이번이 처음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빅리그에서 현역-지도자로 쌓은 커리어를 바탕으로 올 시즌 KIA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 끊임없는 소통으로 라커룸 분위기를 바꾼 것 뿐만 아니라 기존 전력 및 미래 자원을 적절히 조합하면서 올 시즌 5강 경쟁을 펼쳤다. 특히 시즌 초반 각 구단과의 맞대결에 앞서 국내 지도자들과 선물을 주고 받고 소통을 자처했고, 빅리그 스타 타이틀과 정반대의 소탈한 이미지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바 있다. KIA 역시 윌리엄스 감독 선임으로 빅리그 노하우를 상당 부분 전수 받았다.
수베로 감독은 마이너리그 사령탑으로 잔뼈가 굵은 지도자.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4년 동안 마이너리그 감독직을 맡았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진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빅리그 지도법도 익혔다. 십수년간 리빌딩을 외치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한화가 거는 기대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다른 팀에 비해 경직됐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단 분위기 역시 수베로 감독 취임을 계기로 변화가 예상된다. KIA가 윌리엄스 감독 선임을 통해 얻었던 결과를 한화도 고스란히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외국인 감독의 활약이 KBO리그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그동안 KBO리그엔 수많은 변곡점 속에 흐름이 바뀌어 왔다. 베테랑 지도자들의 독무대였던 KBO리그는 외국인 사령탑 등장을 거쳐 최근엔 데이터 야구+젊은 지도자 쪽으로 흘러왔다. '야구 본고장' 미국에서의 지도 경험을 토대로 팀을 이끌고 시스템을 전수하는 이들의 활약, 성적이 KBO리그에 본격적인 '외인 감독 시대'를 열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