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FA 오재일(34)의 삼성행, 소문이 무성하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왼손 거포 1루수. 홈런이 잘 터지는 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는 삼성이 가장 필요로 하는 유형의 선수다.
과연 오재일은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확률은 반반이다.
일단 오재일 여부를 떠나 반등의 마중물이 될 거물급 선수 영입에 대한 구단의 의지는 있다.
하지만 현실적 문제가 있다. 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적자 메우기. 결국 모 기업에 손을 더 벌리는 수 밖에 없다. 외부 FA 영입에 드는 비용은 플러스 알파다. 광고 지원이 더 늘어야 한다.
'오재일을 영입하면 5강 간다'는 구체적 예측 등 확실한 명분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구단 몫이다.
오재일은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올 시즌 해결사로서의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0.312의 타율은 2016년(0.316)에 이어 커리어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트레이드 마크인 홈런은 감소 추세다. 2018년 최다 27홈런을 찍은 뒤 지난해 21홈런에 이어 올시즌 16홈런에 그쳤다. 홈런은 줄었지만 2루타는 늘었다. 올시즌 32개의 2루타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했음을 감안하면 라이온즈파크로 옮겨갈 경우 제법 많은 2루타가 홈런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최근 3년 간 80타점→102타점→89타점으로 꾸준한 클러치 능력을 보여줬다. 올 시즌 득점권 타율도 0.376으로 높다. 찬스에 강한 면모는 여전하다.
다만, 이번 포스트시즌은 잘 구축했던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됐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9타수2안타(0.222), 1홈런, 2타점에 이어 KT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서 홈런, 타점 없이 15타수1안타(0.067), 1볼넷에 그쳤다. NC와의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도 홈런, 타점 없이 0.190의 타율에 그치며 끝내 반등하지 못했다.
향후 4년간 팀의 중심을 잡아줄 거포로 꾸준한 활약을 기대하는 삼성으로선 머리가 살짝 복잡해지는 오재일의 가을야구 부진이었다.
보상선수도 현실적 문제다.
지난 5년 암흑기 기간 동안 유망주 자원을 꾸준히 키워온 삼성으로서는 20인 보호선수 안에 미처 묶을 수 없는 아까운 선수들이 제법 많다. 이 부분도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두산은 보상 선수 잘 뽑기로 유명한 팀이기도 하다. 게다가 유망주 투수를 데려가면 드넓은 '잠실 팩터'와 결합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이 모든 변수들을 뚫고 오재일은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될까.
삼성 측은 시즌 종료 직후 외부 FA 영입에 대해 "고민이 많은데 아직 결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27일까지 FA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하고, 28일 KBO가 FA승인을 공시하면 다음날인 29일부터 삼성을 비롯한 전 구단과 협상을 벌일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