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외국인 선수니까 당연하지'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일까. 외국인 선수들의 계속되는 KBO 시상식 불참은 어떻게 봐야 할까.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4일 한국시리즈 종료로 올 시즌 대장정을 마쳤다. 물론 비시즌은 더욱 바빠진다. 각종 업무 처리는 물론이고, 시상식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KBO는 오는 30일 KBO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정규 시즌 MVP와 신인상 결과를 발표하고, 각 타이틀 부문별 수상을 한다.
올해 그 어느때보다 개인 타이틀 면면이 화려한 선수들이 많지만, 그중 실제로 참석하는 선수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예정이다. 유독 외국인 선수들의 수상이 많은데, 전부 '불참'이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시리즈를 마친 두산 베어스는 외국인 선수들이 26일 출국할 예정이다. 2년 연속 최다 안타 1위에 오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물론이고, 다승 1위와 승률 1위로 2개 부문 동시 수상을 하게 될 라울 알칸타라도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한국을 떠난다.
좀 더 일찍 시즌을 마친 다른 팀들은 진작 문을 닫았다. 탈삼진 1위인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와 최저 평균자책점 1위인 키움 히어로즈 에릭 요키시, 타격에서만 4개 부문을 휩쓴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 역시 참석하지 않는다.
최유력 MVP 후보로 꼽힌 로하스까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로하스는 올 시즌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시즌이 일찍 끝난 팀들의 경우, 선수를 너무 오래 붙잡아둘 수 없어 출국한 케이스가 많지만 로하스나 두산 선수들의 경우에는 고개가 갸웃해지는 게 사실이다.
이번 KBO 시상식에서 수여될 총 14개의 개인 타이틀상 중 수상자 참석이 유력한 부문은 5개 정도다. 모두 국내 선수들이 수상한 부문들이다.
물론 선수와 구단도 할 말은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시상식 불참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 KBO 시상식에서도 MVP와 다승, 승률, 탈삼진 3개 부문을 휩쓴 두산 조쉬 린드블럼이 참석하지 않았고, 최다 안타 1위 페르난데스와 타점 1위 키움 제리 샌즈 역시 참석하지 않았다. 린드블럼의 경우 개인 타이틀을 3개나 얻은 데다 20승 투수로 MVP 활약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개인 해외 봉사 활동을 이유로 불참했고, 상은 모두 대리 수상으로 이뤄졌다. 올해 로하스, 알칸타라 등 주요 선수들의 출국 역시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적게는 8개월, 길게는 9개월 이상 타국에서 뛰며 고국의 집과 가족을 그리워했을 외국인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로하스도 어린 아들과 올해 1년간 거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다가,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한 달음에 달려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KBO 시상식은 언제 열리고, 누가 상을 받을지 미리 결정되는 행사다. 당일 공개되는 MVP와 신인상 수상자 역시 어느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최소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팀과 선수 개인이 좋은 성적을 냈을 경우, MVP 수상이 유력한 경우에도 시상식 참석을 전혀 고민하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비행기에 오르는 것은 시상식을 주최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허망한 일이다. 결국 작년에도 KBO 시상식은 반쪽이었고, 올해도 반쪽일 전망이다. 올해 시상식 불참 선수들은 미리 찍어둔 영상 메시지로 수상 소감만 밝힐 예정이다.
물론 과거 에릭 테임즈나 더스틴 니퍼트도 시상식에 불참하기도 했지만, 본인이 정규 시즌 MVP를 수상한 시즌에는 참석해서 자리를 빛냈었다.
구단들의 외국인 선수 컨트롤도 아쉽다. 성적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구단들이 선수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또 선수가 불참할 경우 구단 직원이나 코치, 동료가 대리 수상을 해야 하는데 구단 입장에서는 대리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 역시 고충 사항이다. 다들 대리 수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상식이라 옷도 차려입고 참석해야 하는데, 방송 생중계까지 되기 때문에 다들 부담스러워 한다.
점점 더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유입되고, 또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이미 KBO리그는 '외국인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상식 쯤이야 별 것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시상식은 한 시즌을 잘 보낸 리그 구성원들끼리 자축하며 서로 격려하는 자리다. 외국인 선수들의 리그에 대한 존중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